하나로통신을 둘러싼 LG그룹과 반 LG진영의 싸움이 5일 예정된 이 회사의 임시주주총회에서 표 대결로 결판날 가능성이 높아졌다.SK텔레콤은 3일 '하나로통신 유상증자에서 생긴 실권주를 LG그룹 대신 외국 투자자가 전량 인수토록 한다'는 절충안을 제시했으나 LG그룹은 이를 즉각 거부했다.
SK텔레콤은 LG그룹(15.89%), 삼성전자(8.49%)에 이어 5.50%의 지분을 보유한 하나로통신의 3대주주. SK텔레콤과 삼성전자는 LG그룹이 유상증자를 통해 하나로통신의 경영권을 인수하려는 것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명해왔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절충안과 관련, "삼성전자는 이미 이 방안에 찬성하고 있으며 LG그룹만 받아들이면 유상증자안 찬성은 물론, 22일 만기인 하나로통신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1,200억원도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LG그룹은 SK텔레콤의 제안이 구체성이 없고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거부의사를 밝혔다. LG그룹 관계자는 "구체적인 가격과 투자조건도 없는 제안을 논의하기 위해 이사회를 다시 여는 것은 시간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 제도에서는 기존 주주가 아닌 외국인 투자자에게 유상증자 실권주를 임의로 배정할 수도 없다"며 "당초 계획대로 유상증자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날 공방을 통해 LG그룹과 SK텔레콤·삼성전자는 기존 입장차이를 재확인했다는 분석이다. 기존 유상증자안이 임시 주총을 통과하려면 SK텔레콤과 삼성전자의 지지가 필수적이지만 절충안대로 외국 투자자가 실권주를 모두 가져가면 LG그룹은 하나로통신 경영권 인수에 필요한 30% 이상의 지분확보가 불가능해진다.
결국 SK텔레콤과 삼성전자의 절충안은 'LG그룹의 하나로통신 인수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며, 따라서 LG그룹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5일 주총 직전까지 대주주들간의 치열한 물밑 협상이 있겠지만 어느 한쪽도 양보하지 않는다면 표 대결 외에는 대안이 없다" 고 말했다.
하나로통신은 올 하반기에 갚아야 할 부채만 3,900억원에 달하나 현재 2,800억원의 자금이 부족한 상황으로, 유상증자안이 부결되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