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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ck/혼혈 손주·외국인 할아버지 "유산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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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ck/혼혈 손주·외국인 할아버지 "유산 싸움"

입력
2003.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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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아버지가 숨지며 남긴 3억5,000만원의 재산은 누구 몫일까?'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한국 여성과 결혼생활을 하다 사망한 외국인 남성이 국내에 남긴 거액의 유산을 두고, 손주들과 할아버지가 법정 싸움을 벌인 끝에 혼외 출생자인 손주들에게 유산상속권리가 인정됐다.

대만 국적의 화교 A씨가 한국 여성인 서모씨와 결혼한 것은 1980년 2월. 그러나 A씨는 화교들의 혼인 절차에 따라 화교협회에 혼인사실을 등재했을 뿐, 국내에는 혼인신고를 별도로 하지 않았다. 이들 부부는 20년간 함께 생활하며 두 남매를 뒀지만, 2001년 A씨가 사망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A씨가 평생동안 국민은행에 자신 명의로 모아 둔 3억5,000여만원의 예금이 누구 몫이냐를 두고 집안 내에 분쟁이 일게 된 것이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A씨 부부는 법적으로는 일단 남남인 상태. 더구나 두 남매는 대만 국적의 혼외 출생자로만 되어 있을 뿐 법률 상 A씨와 아무 관계가 없었다. 이에 따라 역시 대만 국적 화교로서 국내에 살고 있는 A씨의 아버지이자 두 남매의 실질적 할아버지인 C씨가 "A씨와 법적인 혈연관계를 맺은 사람은 본인이 유일하다"며 유산에 대한 권리를 적극 주장하고 나섰다. A씨의 유산을 보관하고 있는 국민은행 측도 양측의 주장에 대해 "우리가 판단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난감해 했다.

결국 소송으로까지 비화된 유산 싸움에서 법원은 사실혼 관계에 따른 자녀들의 권리에 손을 들어줬다. 서울지법 민사합의12부(조관행 부장판사)는 3일 두 남매와 이들의 어머니인 서씨가 국민은행을 상대로 낸 예금 청구소송에서 "두 남매가 혼인 외 출생자이긴 하지만, 출생 후부터 줄곧 망인 A씨와 동거하며 부양을 받아 온 사실이 인정된다"며 "3억5,000만원의 권리는 원고들에게 있다"고 판결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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