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빨리빨리, 우와 시원해." "에구 그러지 말래두. 새 옷 다 젖어."바닥에서 솟구치는 물줄기 안으로 뛰어들어간 준혁(7)이를 말리는 엄마 김은희(35)씨 볼엔 짜증 대신 웃음이 가득하다. 엄마 손목을 끌어다 기어코 한바탕 물 세례를 안기고 난 뒤에도 준혁이는 또래 개구쟁이들과 '바닥분수대' 물구멍을 돌며 물놀이에 흠뻑 젖어있다.
올해 6월 완공한 경기 안양시 동안구 범계동 '평촌 문화의 거리'는 삼색 분수와 오색 조명으로 단장해 물과 나무, 공연과 먹을 거리가 어우러진 도심 복합 휴식 공간이다. 폭 20m, 길이 357m 길을 따라 늘어선 나무와 그 아래 벤치, 탁 트인 회랑을 갖춘 상가는 걷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음식점마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맛있는 냄새와 야외무대에서 주말마다 열리는 무료 공연은 한여름 밤의 열기와 한 주간의 피로를 씻어준다.
은빛 물보라 부서지는 '물의 거리'
전철 안산선 범계역 2번 출구를 빠져 나오면 무지개 색깔로 원을 그린 '레인보우 아치'가 사람들을 맞는다. 일곱 개 문을 차례로 지나면 확 트인 문화의 거리가 광장처럼 펼쳐진다.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소리, 촉감, 질감 등을 표현한 삼색 분수대. 이벤트, 녹음 및 휴식, 먹을 거리, 문화행사 등 4개 테마거리의 경계마다 설치된 이들 분수는 각기 다른 매력을 뿜어낸다. 관악산과 안양시를 상징하는 아치형 '스크린 분수(소리)'는 은색 현(絃)이 매달리듯 '쏴∼' 하고 시원하게 물줄기가 떨어지면 뽀얀 안개가 서린다. 물끄러미 물소리에 귀 기울이던 젊은 연인들이 분수대 사이를 살짝 통과한다.
원형 무대 앞의 '바닥분수(촉감)'는 아이들의 물 놀이터다. 80여 개의 구멍에서 간격을 두고 공중으로 비상하는 물줄기에 몸을 적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벤치에서 지켜보던 부모들도 아이들의 웃음에 이끌려 물줄기를 손으로 매만져보게 된다. 시골 물레방아를 닮아 옛 정취를 느끼게 하는 '낙수형 분수(질감)'는 중년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삼색 분수는 매일 오전11시30분∼오후2시, 오후5∼11시 두 차례 물줄기를 뿜어낸다.
회화나무 느티나무 전나무 연산홍 철쭉 등 8,000여 그루의 나무가 거리를 뒤덮을 듯 시원하고 아늑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벤치는 반원형 의자, 등의자 등으로 꾸며진 쉼터다.
오색 불빛 비추는 '공연의 거리'
문화의 거리 야외무대에선 안양쥬니어앙상블의 오케스트라 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트럼펫 클라리넷 등 악기를 조율하던 40여명의 초·중등생 단원들이 지휘자의 손짓에 따라 애니메이션 '이집트 왕자' '타잔'의 주제곡과 '라테츠키 행진곡' 등을 연주하자 무대 주위 400여명의 관객들이 탄성을 질렀다. 때맞춰 켜진 은은하고 환상적인 오색 조명이 공연을 한층 빛냈다.
야외무대에선 다음달 2일까지 토요일 밤마다 '2003 썸머아트페스티발'이 열리고 일요일 저녁에도 9월 말까지 공연이 준비돼 있다. 원형 무대에선 청소년들의 장기자랑과 각종 이벤트가 마련된다.
문화의 거리엔 김밥 전문점부터 고급 음식점까지 100여 개의 식당이 모여 있고 1층 음식점마다 야외 테이블이 있어 다양한 음식을 맛보면서 자연스럽게 공연을 즐길 수 있다. 김민성(37)씨는 "삼겹살 구워먹으면서 라이브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곳은 여기가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촬영 모습을 담은 '빛과 영혼을 찾아서' 스타게이트를 떠올리는 '문-영혼의 자유' 등 조형물도 볼거리다. 또 문화의 거리 주변엔 아웃렛 매장, 백화점, 패션 잡화점 등 다양한 쇼핑공간이 모여 있다.
안양시는 주민들의 설문조사 끝에 17억8,000만원을 들여 2년 6개월 동안 문화의 거리를 조성했다. 이완우 예술계장은 "시원한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전문 문화공연뿐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공연주체로 참여하는 문화 공간으로 꾸밀 것"이라고 말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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