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양길승 부속실장의 청주 향응파문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키로 한 것은 사건의 본질과는 관계없는 결정이다. 파문의 핵심은 양 실장이 받은 향응의 도덕적 해이 여부이며, 청와대 자체 감사가 자기식구 감싸기로 이를 쉬쉬하고 넘어가려 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사건은 잇달아 터지고 있는 청와대 비서진의 기강문제와 업무수행 능력에 대한 회의가 구조적임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누가 무슨 이유로 향응행각을 비디오에 담아 방송국에 제보했는지 따위는 곁가지에 불과하다.청와대는 한 달여 전 지방 인터넷 매체에 이미 보도된 사안이 한국일보에 대서특필되고, 현장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가 방송국에 신속하게 전달됐다는 점을 음모설의 근거로 들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매체의 보도는 양 실장이 경찰의 수사대상으로부터 향응을 받았다는 중요한 부분을 누락했고, 비디오 테이프는 있다는 주장만 있었지 당시에는 공개되지 않았다.
청와대가 궁지에 몰리자 또 다시 음모설을 들고 나오는 것은 한심하다. 음모설이 사실이라면 청와대 수준이 엉터리 공작에 놀아날 정도밖에 되지 않다는 것이고, 사실이 아니라면 툭하면 음모설로 위기를 피해가려 한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검찰 수사로 전모가 밝혀지길 기대하지만 양 실장이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않는다'는 평범한 사실을 외면한 것은 분명하다. 청와대 일각에서 특정세력이 청와대를 장악하기 위해 양 실장과 부실 자체감사를 한 민정수석실 책임자를 제거하기 위해 사실을 언론에 흘렸다는 식의 접근을 하는 것은 음험한 냄새마저 풍긴다. 모든 일을 음모적 시각에서 보면 사안의 본말은 전도될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파문의 본질을 직시하고 근본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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