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동네' 오웅진 신부가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1일 오 신부의 혐의가 매우 중대하나 그 간의 공로와 건강상태를 고려해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혐의는 업무상 횡령, 사기, 농지법 위반 등 8개이며, 횡령액수는 34억6,000만원에 이른다. '빈자(貧者)의 아버지'로 추앙받던 그의 두 얼굴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경악과 함께 이름 없는 많은 사람의 선의가 배반당하는 서글픔과 허탈함을 느낀다. 인간은 이렇게 욕망 앞에 허약하고 이중적인 존재인가.충주지청 발표에 따르면 오 신부는 친인척에게 생활비와 농지 구입비 등으로 8억8,000만원의 꽃동네 자금을 지원했고, 꽃동네에서 근무하지 않는 수사·수녀들을 근무하는 것으로 꾸며 국고 보조금 13억4,000만원을 편취했다고 한다. 또 꽃동네와 관련 없는 사업에도 12억4,000만원을 유용했다는 것이다.
오 신부는 '얻어 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주님의 은총'이라고 걸인과 장애인 등을 격려하고 돌보며, 사회사업에 큰불을 댕겼다. 꽃동네는 85만명의 후원회원과 3,500여명의 수용자를 돌보는 대규모 복지시설로 급성장했다. 1년 전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고 오 신부가 꽃동네 회장직을 사임하면서, 후원액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 가운데 검찰수사나 언론보도는 신중한 편이었다. 행여 사회사업과 선행에 헌신하는 이들에게 누를 끼치거나, 의욕과 보람을 잃게 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었다.
이번 독직사건이 시민단체나 종교단체 등의 복지시설이 좀더 투명하게 운영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또한 복지시설의 대규모화가 바람직한지도 재고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개인이나 종교단체 등의 선행이 봉쇄돼서도 안 되겠지만, 복지사업은 궁극적으로 국가제도의 몫이라는 점을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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