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동네 전 회장 오웅진(57) 신부가 국고보조금 및 후원금 34억6,000만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청주지검 충주지청은 1일 오 신부에 대해 업무상 횡령과 사기,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 8개 혐의를 적용, 불구속 기소했다고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또 음성군 맹동면 꽃동네 인근의 태극광산 개발 저지 과정의 고소사건과 관련, 꽃동네 수사와 수녀, 환경운동연합 및 농민회 관계자 등 4명을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오 신부의 혐의가 매우 중대하나 꽃동네 설립 이래 20여년간 쌓아온 공적과 기여도를 참작하고 당뇨와 고혈압을 앓고 있는 등 건강상태를 고려, 불구속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밝힌 오 신부의 횡령액수는 총 34억6천만원. 검찰에 따르면 오 신부는 1996년 9월부터 2000년 2월까지 가족과 친인척에게 생활비와 농지 구입비 등으로 8억8,000만원의 꽃동네 자금을 지원하고, 98년 이후 65차례에 걸쳐 실제 꽃동네에서 일하지 않는 수사, 수녀들을 근무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국고보조금 13억4,000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청주 성모병원 영안실 부지 구입 등 꽃동네의 사회사업과 관련이 없는 곳에도 꽃동네 자금 12억4,000만원을 쓴 혐의도 포함됐다.
오 신부는 이밖에 광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2000년 12월부터 지난 해 5월까지 광산 입구에 감시용 컨테이너 박스와 트랙터 등을 갖다 놓아 작업차량의 통행을 가로막고 꽃동네 가족들을 동원, 시위를 벌여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번 수사는 지난 해 8월 내사에 착수한 이래 1년 가까이 진행되면서 꽃동네 관계자와 이해 당사자, 부동산 중개인, 매도인 등 300여명이 검찰의 조사를 받았으며, 수사 기록도 A4 용지 1만5,000여 쪽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수사발표에 지역 천주교계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일부 사제들은 "의혹을 받았던 꽃동네가 새로 태어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청주교구는 '꽃동네 대책위원회'를 열어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한 뒤 4,5일께 공식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청주=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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