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6자회담 직행 의사를 밝히면서 양자회담 병행이라는 역제안을 내놓은 것은 막판까지 줄다리기를 벌이며 최대한 유리한 회담형식을 보장받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미국과 중국 등 관련국들은 그 동안 북한의 선(先) 북미대화 입장을 감안, 3자회담 후 확대 다자회담을 비롯한 여러 대화 방안을 다양하게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미 볼튼 국무부 차관은 31일 "일일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제안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도 1일 회견에서 "그동안 조·미 사이에서는 3자, 4자, 3자에 이어 5자 회담을 진행하는 제안들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미국측이 북미간 양자 대화에 유연한 입장을 보이자, 북한은 즉각 우리 정부를 비롯, 중국 러시아 일본 등 관계국에 6자회담 수용 사실을 통보해 미국과의 회담 성사를 기정사실화했다. 그리고는 러시아와 우리 정부가 잇따라 이를 공표하자, 북한은 다시 중앙통신을 통해 "양자회담 문제를 놓고 여전히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미국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더욱이 북한측은 "미국이 (먼저)다자 속 양자회담이 가능하다고 알려 왔다"고 주장했다. 이는 북한이 압력에 굴복한 게 아니라, 미국이 먼저 기가 꺾였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협상에 임하는 명분을 취하려 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관계자들이 "미국이 북한의 제의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도 "여전히 최종 합의절차가 남아 있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
결국 북한은 6자회담을 받아들이면서도 북미간 직접 담판을 통해 핵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다는 입장을 바꾸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미가 핵포기 및 체제보장과 관련된 합의를 이룬 뒤 참가국들이 연대 보증하는 방식을 채택하겠다는 것이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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