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자의 눈]LG의 무책임한 으름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자의 눈]LG의 무책임한 으름장

입력
2003.08.02 00:00
0 0

"5,000억원 유상증자안이 하나로 통신 주주총회에서 부결되면 LG그룹이 통신사업을 계속할 이유가 없습니다."지난달 31일 (주)LG 정홍식 통신부문 총괄사장의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들은 정 사장의 폭탄선언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완곡한 수식어를 동원하긴 했지만, 하나로통신 없이는 통신사업 못하겠다는 것이 발언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 LG그룹이 LG텔레콤과 데이콤을 포함한 통신사업에 쏟아 부은 투자액은 1조2,000억 원대로 추정된다. 이처럼 막대한 돈을 투자해 공들여 키운 텃밭을 스스로 갈아 엎겠다는데 놀라지 않을 사람은 없다. 업계에서는 "LG그룹이 SK텔레콤 삼성전자 등 하나로통신 대주주들의 반대와 정부의 무관심 속에 막다른 골목에 몰리자 국면 전환을 위해 으름장을 놓은 것"이라고 해석하는 분위기다.

'통신3강'을 위해 매진하고 있는 LG그룹과 정 사장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사업은 언제든지 망할 수 있고, 조건이 안 맞으면 사업을 접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삼성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집단인 LG가 사업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치밀한 검토도 없이 '배째라'식 발언을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 사장은 경제적 비중 만큼 막대한 사회적 책임을 지닌 대기업 사장으로서 해서는 안 될 말을 했다. 통신업은 근로자 수만명의 생계와 수조 원의 자본이 걸려있고 수백만명의 가입자를 두고 있는 공공성 높은 국가의 기간 산업이다.

초기 출범할 때는 가입자 확보를 위해 열을 올리더니 이제 와서 그만두겠다는 것은 소비자를 무시한 행동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LG그룹은 '정도경영'을 강조해 왔다. 입맛에 따라 행동을 달리하는 것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정철환 경제부 기자ploma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