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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868>마스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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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868>마스카니

입력
2003.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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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이 대표작이 돼버린 예술가는 위대한 예술가가 아니기 십상이다. 그러나 그 데뷔작이 두고두고 향유(享有)된다면, 적어도 그 예술가의 이름은 그 작품과 함께 향유자들의 뇌리에 간직된다. 이런 행운을 지닌 예술가가 역사 속에 흔한 것은 아니다. 1945년 8월2일 로마에서 작고한 이탈리아 작곡가 피에트로 마스카니는 그런 드문 행운의 사나이다.토스카나주(州) 리보르노 출신의 마스카니는 여든 두 해의 삶을 사는 동안 10여 편의 오페라를 썼다. 그러나 오늘날까지 오페라 팬들이 즐기는, 다시 말해 거듭 공연되는 작품은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딱 한 편뿐이다. 마스카니는 음악 교사로 일하던 26세 때 한 음악 출판사의 현상 공모에 이 작품을 응모했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이 공모에서 1등으로 당선됐을 뿐만 아니라, 이듬해인 1890년 로마의 콘스탄치 극장에서 초연된 이래 전세계 오페라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왔다. '시골의 기사도(騎士道)'라는 뜻의 제목을 지닌 이 1막 오페라는 시칠리아섬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한 치정(痴情) 살인 이야기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이른바 베리스모 오페라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진실주의'라는 뜻의 베리스모는 본디 문학에서 출발했는데,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계기로 오페라에도 파급되었다. 베리스모 오페라는 신화나 영웅담 같은 비현실적 테마를 즐겨 다루던 정통적 낭만주의 오페라와 달리, 일상 생활에서 인간이 드러내는 추악함·잔학함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1892년 밀라노에서 토스카니니의 지휘로 초연된 루제로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광대)도 베리스모 오페라의 전형적 작품이다. 베리스모를 대표하는 치정살인극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팔리아치'는 흔히 짝을 이루어 동시에 공연된다.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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