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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결혼 "역풍"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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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결혼 "역풍" 분다

입력
2003.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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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북미 등에서 동성애자 간의 결혼을 허용하려는 움직임이 잇따르자 교황청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강력히 제동을 걸고 나섰다. 동성 결혼 제동론에 보수주의자들과 대다수 기독교계 인사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있으나 동성애자와 일부 진보세력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교황청은 31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승인을 얻어 12쪽 분량의 지침을 발표하는 등 동성 결혼 반대 캠페인을 시작했다. 교황청은 지침을 통해 "가톨릭을 믿는 정치인들은 동성 결혼을 허용하는 법안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반대 표를 던져야 하는 도덕적 의무를 갖는다"고 강조하고, 가톨릭을 믿지 않는 정치인도 동성 결혼 반대 운동에 동참해 줄 것을 촉구했다.

교황청은 이어 "동성간 결혼이 결혼, 가족에 대한 신의 계획과 비슷하다고 여길만한 근거가 전혀 없다"며 "동성간 행위는 자연 도덕률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황청은 또 "동성 부모 밑에서 자란 어린이는 발전 장애에 직면할 수 있다"며 동성 부부의 자녀 입양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도 30일 기독교 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동성간 결혼 금지를 법률로 성문화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결혼의 신성함을 믿는다"면서 "나는 결혼은 남자와 여자 사이에 이뤄지는 것으로 믿고 있으며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든 이를 성문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부시 대통령은 보수주의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게이(동성애자)결혼 반대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교황청이 정치인들에게 이례적인 지침까지 내린 것은 동성 결혼 허용론이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6월 17일 캐나다 정부가 동성 결혼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힘으로써 동성 결혼이 법으로 인정되는 나라는 네덜란드와 벨기에에 이어 3개 국으로 늘어나게 됐다. 또 6월 26일 미국 연방 대법원이 텍사스주의 동성간 성행위 처벌법은 위헌이라고 판결함으로써 동성 결혼 허용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게이 의원인 프랑코 그릴리니는 "교황청은 동성애자들을 상대로 십자군전쟁을 벌이겠다는 것이냐"며 교황청 지침에 반발했다. 독일 녹색당의 한 의원도 "꽉 막힌 광신주의자들의 슬픈 지침"이라고 맞받아쳤다. 미국의 동성애자 단체인 '인권 캠페인'(HRC)은 부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인권 차별을 성문화하려는 기도"라고 비난했다. 교황청과 동성애자들 간의 대립 등으로 게이 결혼 문제는 서구 사회의 주요 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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