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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방치된 저소득층 아이에 희망을" 창신동에 공부방 연 전태일열사 동생 순옥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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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방치된 저소득층 아이에 희망을" 창신동에 공부방 연 전태일열사 동생 순옥씨

입력
2003.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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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과 다름 없이 하루 16시간의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한국의 저임금 여성 노동자들의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영국에서 '한국여성노동운동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2001년 귀국한 전태일 열사의 여동생 전순옥(49·사진 왼쪽)씨가 영국인 남편 크리스 조엘(60)씨와 함께 다음 달 4일 봉제의류 영세사업장 2,600여개가 밀집한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초등학생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공부방 '참 신나는 학교'를 연다.

자신도 70년대에 영세 봉제공장 노동자로 생활했던 전씨는 귀국 이후 국내 여성노동운동 관계자들과 함께 여성노동자의 복지 향상을 위한 공동작업을 진행해 왔고 올 초부터 전태일기념사업회 사무실이 있는 창신동 일대 500여개 봉제공장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벌였다. 조사결과 이 지역의 30∼40대 기혼여성 노동자들의 44%가 공부방이 가장 절실하다고 답했다. 전씨는 "열악한 상황은 30년전과 같지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과거와 달리 미혼이 아닌 기혼여성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밤 12시가 넘어야 퇴근하는 어머니 탓에 이곳 아이들은 하루 종일 골목길과 TV 앞에 방치돼 있다"고 말했다.

영국 유학시절 만나 2001년 옥스퍼드에서 결혼식을 올린 뒤 지난해 9월 뒤늦게 아내의 모국을 찾은 남편 조엘(영어 컨설턴트)씨도 전씨를 도와 공부방에서 영어 강의를 맡기로 했다. 조엘씨는 "장시간 노동에 아이들 걱정까지 짊어진 여성노동자들의 짐을 덜어 줄 공부방은 너무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했다. 창신동 시장골목 30여평의 공간에 들어서는 '참 신나는 학교'는 방학기간 동안 30여명의 초등학생들에게 영어와 미술을 가르치고 개학 후에는 국어, 수학 등 교과목 학습과 함께 독서지도 등을 병행할 예정이다.

/채지은기자 skyiris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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