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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를 지키자" 불교계 자성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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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를 지키자" 불교계 자성 목소리

입력
2003.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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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살생(不殺生) 불투도(不偸盜) 불사음(不邪淫) 불망어(不妄語) 불음주(不飮酒). 불교 신자가 수행의 기초로서 지켜야 할 기본적 계율인 5계이다. 출가해서 사미·사미니가 되면 10계, 비구가 되면 250계, 비구니는 무려 348계로 늘어난다.계를 존중해 온 남방 불교의 풍토와 달리 계율에 대한 인식이 희박한 우리 불교계에 '계를 지키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인식은 일반 신자들이 계에 무관심한 것은 물론 승려들까지 전통적 계율을 무겁게 여기지 않는 현실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했다.

지난달 11일 중앙승가대학에서 열린 전국승가학인연합 학술대회에서도 계를 경시하는 풍토가 도마에 올랐다. 범어사 강원 사교과의 상정 스님은 "애석하게도 요즘 학인 스님들은 기본 계에 대한 믿음이 약하고 교육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며 "학인들을 가르치는 강주·강사 스님들조차 계를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원의 실태를 비판했다.

현재 조계종 스님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계율 교육은 출가자를 대상으로 첫 교육을 실시하는 행자교육원의 '사미율의' 강의가 유일한 실정이다. 상정 스님은 "행자 교육을 마치고 사미계만 받으면 계첩과 함께 받은 계까지 종이 박스나 책장 속으로 묻혀지고 차츰 차츰 잊혀지게 된다"고 안타까워했다.

전통적 계에 대한 불교계의 고민도 적지 않다. '비구는 금전을 사용할 수 없다'거나 '앉아서 소변을 보라'는 등의 계율은 현재의 한국 상황에서는 지키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조계종 승려이다가 환속한 박정록씨는 계간 '불교평론' 여름호에 기고한 '계율에의 불복종'이란 글에서 "계율이 무의미하거나 도저히 지키기 어려울 때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라고 물으며 "계율도 시대와 장소에 따라 불완전할 수 있음을 인정하되 계율에의 불복종이 정당화되더라도 계율 제정의 정신에 어긋나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승려는 '오후 불식'(午後不食) 등 충분히 지킬 수 있는 계까지도 지키지 않아 신자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불교계에 '계율 존중' 인식이 되살아 나고 있는 가운데 조계종 포교사단은 최근 재가 신자들의 계율 지키기를 자극하기 위해 '6재일 8재계 실천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전통대로 매달 8 14 15 23 29 30일의 재일(齋日)만이라도 8계를 지키자는 운동이다. 8계는 5계에 '오후 불식' '가무 금지' '화려한 잠자리 금지' 등을 더한 것이다. 포교사단은 휴대폰 문자 서비스, 신행수첩 작성 등을 통해 이를 권장하고 음력 15일에는 사찰에서 포살 법회를 열 계획이다. 포교사단은 신자들의 '계 지키기'를 확산시켜 나가기 위해 17일 해인사에서 8재계 수계(受戒) 실천 법회도 연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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