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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재정·세제개혁 실천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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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재정·세제개혁 실천이 문제

입력
2003.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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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는 29일 국무회의에서 '재정·세제개혁 로드맵'을 대통령에게 보고하였다.로드맵에 따르면 올해부터 부동산 과표를 매년 3% 포인트 인상하여 5년 후에는 현행보다 60% 가까이 과표를 현실화해 부동산투기 억제는 물론 지방재원 확충에도 일익을 담당케 한다는 것이다. 2004년에는 상속·증여세의 완전포괄주의를 제도화하여 일부 고소득층의 변칙 상속이나 증여를 막아 조세의 형평성을 제고하며, 예산불법 집행과 관련하여 국민소송제를 도입하여 재정운영 과정에 국민의 참여를 확대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2005년에는 금융소득 종합과세대상기준을 현행 4,000만원에서 대폭적으로 하향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제도 개선안을 마련하여 세제의 형평기능을 강화하며, 국민연금, 사학연금 등 4대 공적연금과 건강보험제도의 재정 안정화를 위한 제도개혁을 단행하는 등의 개혁적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로드맵이 담고 있는 핵심철학은 그간 노무현 정부가 강조해온 개혁과 분권이다. 부동산 보유과세와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강화, 상속·증여세의 완전포괄주의 도입에 더해 국민소송제의 도입 등은 개혁성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제안들이다. 교육, 경찰, 복지, 사회간접자본 등 지역밀착 사업의 지방이양이나 관광세, 카지노세, 원자력발전세 등의 신설은 그동안 압축성장 과정에서 중앙정부에 과도하게 집중되어온 권한을 지방과 주민들에게 넘길 지방분권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출하는 대표적 사례들이다.

개혁과 분권이란 현 정부의 정치철학을 대표하는 이번 재정·세제개혁 로드맵의 내용에는 공감하며 찬사의 박수 갈채를 보내면서도 지난 5개월 동안 보여준 노무현 정부의 역량을 고려할 때 이 로드맵이 과연 제대로 실천될 수 있을지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개혁의 상징성으로 볼 때 대표급이라 할 수 있는 부동산과표 현실화 및 보유과세 강화 문제는 20여년 전 전두환 정권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의례적으로 논의되어 온 과제다. 동시에 1,100만 명에 이르는 납세자의 표를 의식하여 총선이나 대선을 앞두고서는 소리없이 종적을 감춘 대표적인 사안이다. 개혁을 국정 제일주의로 표방해온 노무현 정부가 내년 총선을 의식하지 않고 이를 예정대로 실시할 것인지를 우리 모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를 위한 국민연금발전위원회의 개혁 방안이 민주당과의 당정협의 과정에서 완화된 사실을 두고 다수 전문가들은 내년 총선을 의식한 개혁의 후퇴라고 평가한다. 이러한 일련의 사례들을 되돌아볼 때 참여정부가 재정·세제개혁 로드맵에서 제시하고 있는 개혁과제들을 제대로 실천에 옮길 수 있을지 의구심이 앞선다.

이번 로드맵에 담긴 내용 가운데는 위헌 논란을 불러일으키거나 심한 마찰이 예상되는 대목도 적지 않다. 또 개혁이라는 명분에 얽매인 나머지 현실경제에 악영향을 미쳐 국가적으로 상당한 비용이 요구되는 항목도 존재한다.

이런저런 지엽적 이유로 개혁과제가 후퇴하지 않도록 치밀한 실천계획을 단계적으로 마련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정치적 동기에 의해, 애초에 상정했던 과제가 퇴색하지 않도록 대통령을 위시한 정치인들의 각별한 경각심이 요구된다.

재정건전화가 요구되는 4대연금과 의료보험제도 개혁에 대해서도, 당면하고 있는 어려운 재정현황을 국민에게 솔직하게 알리고 함께 고통을 나누는 데 동참하기를 설득하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 만 우 고려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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