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 사람들이 미국 태평양 연안 도시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먼저 연상하는 것은 뭘까? 길이가 2,825m에 이르는 금문교(金門橋)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터이고, '미국 속의 작은 중국'이라 할 인구 5만여 명의 차이나타운을 떠올리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은 마켓스트리트에서 출발하는 케이블카를 대뜸 떠올릴 것이다.케이블카라고 해서 남산의 케이블카처럼 공중을 가로지르는 탈것을 연상해서는 안 된다. 현재 세 개 노선이 운행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케이블카는 여느 탈것처럼 지상을 달린다. 그러니까 샌프란시스코 케이블카는 구한말부터 지난 1969년까지 서울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던 전차와 비슷하다. 사실 자체 동력으로 달리는 지금의 샌프란시스코 케이블카는 실질적으로 전차이기도 하다. 이것이 케이블카라고 불리는 것은 초창기부터 20세기 중엽까지 그 운행이 증기터빈과 연결된 케이블에 차의 동체가 이끌리며 이뤄졌기 때문이다.
케이블카가 샌프란시스코에 처음 등장한 것은 1873년 8월1일이다. 샌프란시스코는 비탈과 언덕이 많아 노약자들이 걷기가 쉽지 않다. 앤드류 스미스 핼리디라는 사나이는 케이블로 움직이는 차를 이용하면 이 비탈길들을 쉽게 오를 수 있겠다는 데 생각이 미쳤고, 이런저런 실험 끝에 케이블카 시스템을 고안해내 1871년 특허를 얻었다. 130년 전 오늘 샌프란시스코의 새크라멘토 거리를 처음 달린 케이블카는 발명자의 이름을 따 핼리디 폴리('핼리디의 엉뚱한 짓')라고 불렸다. 자동차가 보급되면서 케이블카는 교통 수단의 의미를 많이 잃었지만, 샌프란시스코시는 이 도시의 상징적 탈것을 보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케이블카 박물관까지 운영하고 있다. 1964년 미국 정부는 샌프란시스코 케이블카를 국가역사기념물로 지정한 바 있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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