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31일자 '청와대 부속실장 향응받아 파문'이란 제하의 보도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들은 대뜸 "이건 또 다른 음모론에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요약하자면 '청와대 일부 라인에 반감을 갖고 있는 인맥들이 이달 중순 비서실 인사를 앞두고 양길승 제1부속실장 등을 밀어내기위해 의도적으로 정보를 흘렸다'는 것이다. 이 같은 청와대측의 반응은 즉각 '제2음모론 조짐'이란 타이틀로 석간 문화일보에 보도됐다. 문제의 기사를 작성하는 바람에 음모론의 진원지로 몰려버린 기자는 정말 황당하다는 생각을 감출 수가 없다.음모론은 당초 정대철 민주당 대표가 굿모닝시티로부터 거액을 받은 사실이 보도되면서 불거졌다. 정대표측은 "청와대의 일부 386출신들이 우리를 거세하기위해 검찰과의 교감아래 혐의사실을 흘리고 정대표의 조기소환을 부추겼다"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 같은 주장에 청와대 386 참모들은 "음모론은 무슨 음모론이냐"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음모론을 어불성설이라고 우겼던 청와대 일부 비서진이 이제는 거꾸로 이번 보도가 음모론의 소산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이러니의 극치다.
취재원 보호 등을 위해 정확한 취재과정을 밝힐 수는 없지만 이번 보도는 어떤 정치세력의 음모론에 편승한 것이 결코 아니다. 취재과정에서 우연히 양실장이 비밀리에 청주에 내려가 향응을 받은 사실이 포착돼 보강취재를 거쳐 기사화했던 것이다.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측근중의 측근이다. 때문에 누구보다도 조심스런 행실이 요구되는 자리다. 청와대는 음모론을 내세워 양실장의 부적절한 처신을 감싸기보다는 잇달아 터져나오는 측근들의 일탈된 행태를 바로잡는데 더 신경을 써야하지 않을까.
이태규 사회1부 기자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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