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부속실장 향응 파문'을 계기로 청와대의 '제 식구 봐주기'식 감찰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다. 노무현 대통령이 31일자 본보 기사를 계기로 양길승 제1부속실장에 대한 재조사를 지시했지만 양 실장은 이미 7월 초순 '간단한 조사'만 받고 구두 주의 조치를 받았기 때문이다. '가족동반 새만금 헬기시찰 사건' 때도 주의조치로만 끝냈다가 언론에 보도된 이후에야 사표수리라는 강수를 두었던 청와대가 다시 미온적 감찰을 되풀이한 것이다.민정수석실은 지난 9일께 '오마이충북'이라는 지역언론의 보도를 통해 사실을 알고 10일께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리강령에 따른 감찰역을 맡은 이호철 민정1비서관은 "오마이충북의 보도 이후 다른 언론의 문제제기가 없어 단순한 친목모임으로 생각하고 구두 주의조치를 했다"며 "비서실장에게 보고를 했고 대통령에게 까지 보고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조사과정에서 당시 술자리의 참석자가 누구인지, 술값은 누가 냈는지, 어떤 내용의 대화가 오갔는지 등 기초적인 사실도 확인하지 않았고 오직 당사자인 양 실장의 진술만을 들었다는 것이다.
정말 청탁이 있었는지, 어떤 성격의 술자리였는지 등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기초사실을 조사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 자체로 부실조사이거나 '봐주기 조사'로 볼 수 있다.
이기명 전 후원회장의 용인 땅 투기 의혹 사건 때도 민정수석실은 당사자의 말만 믿고 기자회견을 했다가 몇 차례 발표를 번복한 적이 있었다. 당연히 민정수석실의 감찰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부실조사 논란은 별도로 친다 해도 이번 건에 대해서는 당연히 '제 식구 봐주기'라는 논란이 뒤따른다.
"청와대가 사실상 조사를 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고, 주의조치도 말로 그쳤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새만금 헬기시찰 사건을 겪고도 청와대의 온정주의가 고쳐지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양 실장은 이날 본보 보도에 대해 자료를 내고 "청와대 윤리규정 위반에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한다"며 "그러나 경찰수사 대상자로부터 수사무마 명목으로 술집, 호텔에서 호화향응을 제공받았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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