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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앞마당서 벌이는 "무빙세일"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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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앞마당서 벌이는 "무빙세일" 인상적

입력
2003.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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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요 대학이 위치한 캠퍼스 타운들은 요즘 새 학생들을 맞느라 분주하다. 3월에 신입생을 맞는 한국 대학과는 달리 대부분의 미국 대학들은 가을 학기부터 새 학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다른 도시들이 여름 휴가로 썰렁해진 사이 캠퍼스 타운은 미국 각지와 세계 곳곳에서 몰려오는 학생과 그 가족들 덕분에 성수기를 누리는 셈이다.미국으로 떠나는 유학생들이 출국 전 가장 신경 쓰는 생활관련 문제는 아마도 '집 걱정, 차 걱정'으로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가기도 하거니와 현지 도착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문제여서 많은 고민을 안긴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대학 기숙사와 아파트, 주택임대업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매년 7월께 임대료를 인상하고 성수기를 맞은 중고 자동차 딜러들도 기세 좋게 가격을 부르고 있어 빠듯한 예산으로 미국 생활을 시작하는 유학생들을 압박한다.

이런 저런 경제 사정으로 가슴이 답답한 학생들에게 아파트 게시판 등에 붙은 무빙 세일(Moving Sale) 광고는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소형 가전제품과 장난감에서부터 TV와 침대, 소파,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중고제품을 개인끼리 매매하는 것이다. 자기 집 차고에서 하는 개러지 세일(Garage Sale), 집 뜰에서 하는 야드 세일(Yard Sale) 등이 그것이다.

인구 이동이 잦은 캠퍼스 타운의 특성상 한 아파트 단지에 여러 개의 광고가 동시에 나붙는 경우가 많다. 새 제품이라면 300 달러가 넘을 퀸 사이즈 침대를 20불에 팔기도 하고, 인심 좋은 집에서는 헌 소파를 그냥 주기도 해 타이밍 잘 맞추고 흥정만 잘하면 좋은 제품을 싸게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나 역시 얼마 전 다른 대학으로 옮겨가는 한국 유학생 가정에서 냉동고와 흔들의자를 싸게 사 아내와 함께 기뻐한 경험이 있다.

사생활 노출을 꺼리고 정찰제에 익숙한 이곳 사람들이 무빙 세일 때면 자기 집을 외부인에게 개방하고 가격 흥정을 벌이는 모습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집 앞마당에 옷가지와 가구 등을 내놓고 의자에 앉아 책을 읽으며 오고 가는 손님을 맞는 주인의 모습은 미국 문화의 인상적인 단편이다.

한국이었으면 이사와 동시에 쓰레기장으로 직행할 생활용품들이 이곳에서는 여러 집을 거치며 귀하게 쓰이는 모습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상 연 미국 조지아대 저널리즘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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