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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달러 시대로 - 선진경제 浮沈에서 배운다]<10> 일본/성장 멈춘 아날로그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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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달러 시대로 - 선진경제 浮沈에서 배운다]<10> 일본/성장 멈춘 아날로그 경제

입력
2003.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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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東京)에서는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도 '월마트'나 '까르푸'등 외국계 대형유통업체를 발견할 수 없다. 도쿄 사람들이 비싼 물건만 선호해서가 아니다. 외국기업이 진출하기에는 유무형의 비관세 장벽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최근에야 도쿄 근교 치바(千葉)현에 까르푸 개점이 허가됐지만, 이곳은 상권이 거의 없는 동네다."일본에서는 작은 상점 하나 열려고 해도 지역 상인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와세다대 상학부 이홍무(李洪茂) 교수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이해하는 키워드로 '폐쇄성'과 '담합 문화'를 들었다.

택시를 타고 요금 미터기만 들여다 보며 내내 마음을 졸여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본요금 660엔(약6,600원)에다 눈깜짝할 사이에(270m 갈 때마다) 80엔 씩 붙는다. 도쿄시내 5만대 택시 가운데 절반이 빈차인데도, 요금은 요지부동이다. 서너 젓가락 뜨면 금세 없어질 것 같지만, 서울의 5,000원 짜리 수준의 점심을 먹으려면 1,500엔(1만5,000원)은 있어야 한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살기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도쿄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도시다. 스타벅스 커피만큼은 한국보다 싼 게 오히려 역설적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산하 일본경제연구센터 가나모리 히사오 고문은 "사회 곳곳에 카르텔이 형성돼 경쟁 매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은데도 정부는 이를 용인한다. 농업 보호를 위한 농산물 수입규제가 많아 물가가 비쌀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텃세 문화와 고비용 구조 때문에 일본은 선진국 중에서도 외자유치가 가장 저조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국인직접투자(FDI) 비율은 중국이 30.9%, 영국이 26.8%, 한국이 7.9%인데 반해 일본은 1.0%에 불과하다. 중국 상하이(上海)에 40여 개 진출해 있는 다국적기업의 아시아헤드쿼터도 도쿄는 15∼20개에 불과하다. 일본 기업들간 꽉 짜여진 자기완결적 구조와 일본 정부의 각종 규제 때문에 접근도 어렵고, 어렵사리 비집고 들어와도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시아국가 정부 내에서도 미국 유학파가 가장 홀대를 받는 곳이 일본이고, 무디스와 같은 국제신용평가기관이 국가신용등급을 내리면 음모론을 제기하며 아시아 단독의 신용평가기관 설립을 가장 적극적으로 주창하는 곳도 일본이다.

외국자본과 세계 글로벌스탠더드 문화의 유입이 적다는 것은 개방을 통한 경쟁촉진의 기회가 그만큼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내각부 산하 경제사회총합연구소 우시지마 준이치로 차장은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를 키우고, 한국의 창조적 소수가 벤처를 세워 정보기술(IT) 붐을 일으킬 동안 일본은 자동차와 전자제품을 팔아 벌어들인 달러로, 낙후된 국내 서비스업, 건설업, 농업의 결손을 메워야 했다"고 말했다.

일본의 폐쇄적 문화는 벤처기업마저도 부정적으로 본다. 이곳에서 벤처사업가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일본 최대 벤처캐피탈 JAFCO의 야시야마 히사시 홍보부장은 "일본 젊은이들은 벤처기업을 선호하지 않는다. 대기업이 최고의 직장이다. 벤처 최고경영자(CEO)들도 주로 대기업에 다니다 연줄로 창업 한 40대"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자본도 받아들이고 구조개혁도 해서 경쟁력 없는 기업들을 죽여야 새로운 기업들이 생겨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인정 받을 수 있는데, 이게 안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인들의 평균 연령만 높은 게 아니라, 경제사회 전반에서 '늙은 나라'가 됐다는 얘기다.

개방과 경쟁의 결여는 일부 첨단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에서 IT붐이 본격화한 것은 최근 1∼2년 사이. 일본인들은 그나마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을 개통하는 데 지난해 2개월 걸리다가 올들어 20일로 단축된 것에 위안을 삼고 있다. 공기업인 NTT가 독점적 지위를 고수하다 2001년 정부 압력에 못 이겨 회선을 개방하긴 했지만 다른 업체의 ADSL 개통공사에 늑장을 부린 탓이다. 게임 등 소프트웨어 개발능력도 한국에 뒤처진다.

일본 정부는 최근 외국인지원센터를 개설하는 등 외자유치 정책에 나서고, 벤처 활성화 정책도 내놓으며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화, 개방화라는 앰플주사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일본이 아무것도 포기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도쿄=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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