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를 빌려 기업을 인수한 뒤 기업자금을 모두 빼돌리고 껍데기만 남은 기업을 되파는 수법으로 거액을 챙긴 '기업 사냥꾼'들이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악덕 기업사냥꾼 무더기 구속
서울지검 금융조사부(이인규 부장검사)는 기업 인수·합병(M&A) 후 이를 되파는 과정에서 상장·등록기업 7개사 등 9개사의 자금을 횡령한 기업대표 등 7명을 구속기소하고 2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한편, 4명을 지명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베네데스 대주주 최윤종(43)씨는 지난해 10월 80억원에 회사를 인수한 뒤 11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됐으며 윤창희(33·구속기소)씨는 지난 2001년 6월과 11월 카리스소프트와 엘베테크놀로지를 인수한 뒤 두 회사로부터 26억원과 주식100만주, 58억원을 각각 빼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밖에 넥스젠 등 4개 업체의 대표이사들도 회사 인수 후 180억∼5억원까지 모두 273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폭탄 돌리기'식 M&A 극성
수사결과 이들은 '인수-횡령-매각' 수순의 소위 '폭탄 돌리기'식 M&A를 일삼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상증자를 통해 납입된 주금을 횡령하거나 가장납입으로 주식을 늘려 빼돌리는 수법도 눈에 띄었다.
실제 185억원의 보유 현금을 자랑하던 유니씨앤티는 2001년 잇따라 회사를 인수한 백종호(구속기소)씨와 전모(수배중)씨가 각각 180억원과 80억원을 횡령한데 이어 김태훈(구속기소)씨가 주금 가장납입을 통해 늘린 주식을 되팔아 90억원을 챙기는 과정에서 부도를 피하지 못했다. 유망 반도체 부품업체였던 다산C&I도 6개월 동안 김종근(구속기소)씨 등 무려 3명의 기업사냥꾼이 40억원의 회사 자금을 번갈아 빼돌리는 바람에 결국 부도에 이르렀다. 한편 고려전기 대주주 조준환(구속기소)씨는 회사자금으로 양도성 예금증서(CD)를 발행한 뒤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허위서류를 작성, 48억원의 횡령 사실을 감추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개미주주 주의 요망
검찰 관계자는 "국내외 경제환경이 악화하고 M&A 시장에 매물 기업이 증가하면서 불량 기업사냥꾼들이 급증하고 있다"며 "파악된 주요 기업 사냥꾼 및 자금원을 집중 감시할 방침이나 최대 피해자인 일반 투자자들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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