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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피플/ 서초구 자원봉사 통·반장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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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피플/ 서초구 자원봉사 통·반장제

입력
2003.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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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비로 쓰기에도 빠듯한 돈이지만 모이니 큰 건물도 되고 책방도 되네요." 서울 서초구의 통·반장을 자원봉사자들이 맡으면서 절약된 급료가 지역 주민들을 위한 복지시설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서초구 통·반장이 자원봉사자로 운영되기 시작한 것은 1999년으로 5년 동안 통·반장 5,200여명이 절약한 수당 등 급료는 무려 54억9,000만원에 달한다.구청측은 자원봉사 통·반장제가 시작된 첫 해부터 매년 절약된 예산으로 각 동 주민자치센터에 '책사랑방'을 꾸며왔다. 여기에 9월 초면 청소년유스센터가 서초3동과 방배3동에 개관한다. 각각 지상 8층과 5층 규모에 독서실과 컴퓨터실, 멀티미디어실, 정보센터 등이 들어서는 첨단 현대식 건물이다. 통·반장 급여 절약예산 34억5,500만원과, 15억3,500만원이 각각 투입됐다. 총공사비의 50%를 차지하는 액수다.

구청은 이들 청소년유스센터 입구에 '이 시설은 통·반장의 자원봉사로 절약된 예산이 포함된 건물입니다'라고 새겨진 동판을 설치할 예정이다.

자원봉사 통·반장제는 구청이 아이디어를 내놓았지만 주민들이 선뜻 응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구청측은 당시 통장들에게 매달 수당과 교통비로 8만∼10만원을 지급하는 등 통·반장 관련 예산만 16억 여 원에 달하자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자원봉사 체제 도입을 검토했다. 당시의 어려운 경제여건 등도 감안됐다.

그러나 갑작스런 '무급 통·반장' 도입이 그리 쉽지 많은 않았다. 구청 관계자는 "민방위 업무 등을 맡는 통장이 한꺼번에 그만두면 구청업무에 차질이 우려돼 자원봉사제 도입 시기는 물론 수당 삭감 등 시행방법에 이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청의 우려와는 달리 당시 통장 731명중 97%인 709명과, 4,300여명의 반장 대부분은 선뜻 자원봉사를 신청했다. 반포동의 한 통장도 "일부에서는 '얼마나 된다고 그 돈을 아끼려고 하나'하는 섭섭함에 반발도 했지만 대부분은 취지를 이해하고 기꺼이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구청도 통장과 반장이 돌리던 세금고지서를 우편으로 발송하고, 통장 주축의 반상회를 케이블TV 반상회로 전환하는 한편, 각종 조사업무에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활용하는 등 통·반장의 업무를 줄여 나갔다.

이성철 구청 기획팀장은 "구청의 노력도 있었지만 통·반장들의 희생정신과 동네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라며 "최근 몇 년 동안 자원봉사에 대한 주민들의 높아진 관심도 자원봉사 통·반장제가 자리를 잡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8년째 서초2동에서 통장일을 맡아보고 있는 정화숙(55·여)씨는 "아파트 동대표를 뽑기 위해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 다니며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 등 일이 많고 힘들지만 돈을 받던 때보다 떳떳하고 보람도 더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정씨는 " 젊은 사람들이 통장일 맡기를 꺼려 할 땐 회의가 들기도 하지만 최근처럼 우면산 그린트러스트운동에 주민들이 적극 호응하고 나설 때는 정말 흥이 났다"고 말했다.

방배2동 42통 자원봉사자 이선원(54·여)씨는 "구청이 자원봉사체제로 전환하면서 통장이 했던 일의 일부를 취로사업으로 돌려 동네 어려운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는 것도 뿌듯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그러나 "많은 다른 자치구에서 견학을 왔다 갔지만 실상 이 제도를 도입한 곳은 거의 없어 아쉽다"며 "자원봉사체제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만큼 우리사회도 선진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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