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국산 담배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크게 올라간 것은 다국적 담배업체들이 수입단가를 크게 낮춰 신고하는 수법으로 관세 등을 누락, 담뱃값 인상요인을 흡수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무당국은 이들 업체에 대해 각각 30억∼55억원의 누락세액을 추징하고 관세율을 엄격히 적용할 방침이어서 앞으로 수입담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31일 담배업계 등에 따르면 BAT코리아, 필립모리스 코리아, JTI코리아 등 세계적인 담배제조업체 3개사가 2001년 7월 1일부터 2003년 6월말까지 2년간 던힐, 말보로, 마일드세븐 등 유명 담배를 수입하면서 운임, 광고비, 포장비 등 각종 제조원가를 줄여 신고하거나 누락, 관세와 부가가치세 등을 줄인 혐의로 관세청에서 132억원을 추징 당했다.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이 100억원 이상의 누락세액을 추징 당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BAT코리아는 던힐, 켄트 등의 담배를 항공기로 수입하고도 선박을 이용한 것으로 꾸며 국내 항만 도착가격(CIF)을 낮추거나 제조원가에 포함되는 포장비와 운임을 누락하는 수법으로 관세와 부가세 등 47억원(가산세 포함)을 줄였다.
필립모리스 코리아와 JTI코리아는 본사와 지사간의 적정 이윤율보다 훨씬 낮은 이윤율을 한국지사에 적용하거나 수입담배 원가에 포함해야 할 담배광고 등 마케팅 비용을 수입업자에게 부담시키는 방법으로 수입단가를 낮춰 신고해 30억∼55억원의 세금을 덜 냈다.
이들 업체가 수입단가를 낮춰 관세를 누락한 것은 우리 정부가 담배 전매제도를 폐지하면서 수입담배에 대해 2001년 7월 10%를 시작으로 매년 10%씩 40%까지 관세율을 인상키로 함에 따라 원가 상승에 따른 시장점유율 하락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BAT의 대표브랜드인 던힐의 경우 관세 부과를 앞둔 2001년 5월 수입 단가를 44.1%(미화기준)나 낮춰 신고했으며 JTI의 마일드세븐도 2001년 11월 수입 단가를 27.5% 낮췄다.
국내 담배업계 관계자들은 "이들이 2001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40%까지 관세가 상향 적용되자 원가 부담을 우려, 수입단가를 대폭 낮춘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서 얻어진 이익금을 판촉비 등에 쏟아 부어 국내시장 점유율이 크게 확대됐다"고 주장했다. BAT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1999년 0.8%에 머물렀으나, 2001년 4.7%, 2003년 상반기엔 12.8%까지 급상승, 전체 외국산 담배의 국내시장 점유율 22.9% 중 50% 이상을 차지했다. 이에 대해 BAT코리아 등은 "행정적인 절차를 잘 몰라 제조원가의 일부가 누락된 것일 뿐 세금 누락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세무당국 관계자는 "관세부과 이전에 수입단가를 파격적으로 낮춤으로써 관세를 부과한 수입단가가 오히려 무(無)관세 때의 수입단가보다 더 낮아지는 기현상이 발생했다"며 "앞으로 담배 수입과정에서의 세금 누락을 철저히 막고 관세율을 제대로 적용할 방침이어서 수입담배 가격이 인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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