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논쟁이 법정으로 갔다. 마치 집을 다 지은 후에 집이 무너질 것이 두려워 논쟁을 벌이다, 집에 문외한인 재판관을 찾아가 판결을 요구한 현대판 이솝우화가 되었다. 이 새만금 법정에서 '솔로몬의 판결'이 나올지 아니면 이솝우화로 끝날지 많은 국민들은 예의 주시하고 있다.새만금 논쟁의 핵심은 이 사업으로 인한 수질오염이 재앙으로 이어질 것인가에 있다. 방조제로 인하여 해수 유통이 차단되면 내부 호수의 물이 시궁창으로 변할 것인지, 아니면 맑은 물을 담을 수 있을 것인지가 논쟁의 초점이다. 현명한 판결을 위해서는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수질대책과 그 결과로 나타나는 호수의 수질현상을 바르게 이해해야 한다.
1999년 1차 사업중단 이후 새만금은 이용가능한 모든 환경기술을 동원하여 수질관리대책을 세우고 있다. 상류지역의 오폐수 처리에서부터 호수내부의 수질개선에 이르기까지 모든 대책이 강구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새만금의 수질개선은 물론 우리나라 수질관리기술의 선진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20세기 후반 세계가 심각한 수질문제를 겪으면서 수질관리기술은 급속히 발달하였고 지금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라인강의 예를 보면 오늘날의 수준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라인강 유역에는 일곱 나라(스위스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 벨기에 룩셈부르크 네덜란드)의 5,000만 인구가 거주하고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화학공장 10%가 위치해 있다. 강우량이 우리의 절반(600∼700㎜)에 불과하기 때문에 수량도 풍부하지 못하며, 농업도 매우 집약적이어서 오염발생 가능성이 크다. 또한 라인강에는 대서양에서부터 최상류 스위스까지 하루에 수십 척의 컨테이너 선이 오가고 있다.
이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7개국이 협력하고 수질관리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라인강은 중부 유럽의 생명줄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최하류에 위치한 네덜란드에서 세계적인 맥주 하이네켄을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새만금도 지역주민이 협력하고 수질관리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때 가능성은 충분하다.
방조제 공사가 완공단계에 와있는 지금의 현실에서 새만금 논쟁을 현명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보다 성숙한 환경관을 필요로 한다. 지난 몇 십년 동안 세계적인 환경학자로 명성을 날렸던 미국 버클리대 잭 홀랜더 교수는 자신이 경험한 환경위기의 진실을 알리려고 은퇴 후 '환경위기의 진실(The Real Environmental Crisis)'이라는 책 저술에 들어가 최근 출간하였다.
그는 이 책에서 가난이 환경의 최대의 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환경을 살리기 위해서는 가난으로부터 벗어나야 하며 경제성장을 통한 풍요가 인류로 하여금 환경을 돌보게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일부 극단적 환경론자들이 작은 것을 침소봉대하여 환경문제에 대하여 필요이상의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또 미끄러운 길에서 조심하라고 말하는 것과 초만원인 극장에서 "불이야"라고 외치는 것은 크게 다르다고 전제하면서, 지금 일부 환경론자들은 확실한 근거도 없이 "불이야"를 외치고 있다고 일침을 가한다.
일생을 환경연구로 보낸 칠순 노 교수가 전하는 이 메시지를 우리는 새만금 앞에서 깊이 새겨보아야 한다. 새만금 사업에 환경을 침소봉대하여 필요이상의 과민반응을 하는 것은 아닌지 꼼꼼히 따져 보아야 한다. 가난이 싫다고 외치는 지역주민에게 갯벌이 소중하니 더불어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누구를 위한 환경인지 냉철히 판단해야 한다. 갯벌이 새만금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생명이 갯벌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지역주민에게 삶의 질을 보장해주는 것이 환경이 추구하는 첫 번째 목표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박 석 순 이화여대 교수·환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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