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수계를 종단한 뒤 양쯔강도 정복하겠습니다." 지천명을 넘긴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53)씨가 북한강의 최북단인 평화의 댐을 출발해 여의도까지 물길 700리(약 280㎞)를 8구간으로 나눠 헤엄쳐 내려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놓았다.평화의 댐에서 맹훈련 중인 조씨는 30일 "오십줄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건재하다"면서 "8월 5일 평화의 댐을 출발해 하루 평균 30여㎞씩 수영할 계획이다. 늦어도 15일께는 여의도 선착장에 도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년 전 겨울 한국을 방문한 한 중국인이 서울의 심장부인 한강을 수영으로 건너는 모습에 충격을 받은 뒤 한강수계를 비롯해 중국의 상징인 양쯔강을 헤엄쳐 건너자는 목표를 세우게 됐다.
'수영의 달인'으로 자부했던 조씨는 "당시 그 중국인이 한강 안내를 내게 부탁했었다"면서 "나는 도버해협과 대한해협은 건넜지만 막상 한강 수계를 종단한 적은 없었기에 자존심이 무척 상했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한국수영의 차세대 간판스타 조성모(18·해남고)의 아버지인 그는 "엄마가 2000년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 어린 나이에 큰 충격을 받은 불쌍한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자랑스런 모습을 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며 부성애를 내비치기도 했다.
뙤약볕에 얼굴이 검게 탄 조씨는 요즘 친구인 지봉규(58) 전 수영대표팀감독과 평화의 댐 등 한강 상류에서 막바지 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종 목표는 한강을 넘어서 양쯔강 수계를 100일 안에 정복하는 것. 이를 위해 한강수계를 종단한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양쯔강 공략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그는 "양쯔강 정복은 재정문제 등 어려움이 산적해 있다"면서 "성공 여부를 확신할 수는 없지만 최선을 다해 한국인의 기개를 드날리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제2의 수영인생 개척에 나선 조씨는 1970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혜성처럼 나타나 자유형 400m와 1,500m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아시아의 물개'라는 별명을 얻었다. 74년 테헤란 아시안게임에서도 같은 종목에서 금메달 2개를 따내 한국수영의 독보적인 존재로 군림했다. 78년 은퇴한 조씨는 80년8월 대한해협 48㎞를 13시간16분10초에 횡단한데 이어 82년에는 도버해협(32㎞)을 헤엄쳐 건너 화제를 모았다. 그 후 사업실패와 교통사고를 당하는 등 불운을 겪기도 했으나 요즘은 서울 강변역 인근에서 스포츠센터를 운영하며 아들 성모군을 비롯한 후진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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