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 속에 갇힌 것 같았다." 지난해 월드컵 축구대회 이후 '건전한 사고를 지니고 사회 참여에도 열심인' P세대를 대표하는 음악집단으로 인식되면서 새 음악을 내놓기가 부담스러워진 윤도현밴드. 그들이 6집 앨범 'YB스트림'을 내고 그 모든 부담으로부터의 탈피를 시도하고 있다.묵직해진 사운드
윤도현밴드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열성 팬이 아니라면 지난해 여름 내내 방방곡곡 울려 퍼진 '오 필승 코리아'나 1994년 발표된 1집의 '사랑Two', '너를 보내고?' 같은 발라드곡으로나 윤도현밴드를 기억할 것이다. 스스로도 "록밴드의 대표곡이 발라드라는 게 정말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한다.
새 앨범은 '우리는 록밴드'임을 앨범 전체로 말하고 있다. '윤도현과 그 이외의 사람들'이라는 일반적 인식에서 벗어나 밴드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앨범 타이틀에도 윤밴의 약자 'YB'를 내세웠다. "손이 분주해졌다"는 기타리스트 허준의 말처럼 더 빠르고 센 기타 사운드가 두드러지는 게 특징이다. 대금의 리드 속에 강렬한 기타사운드와 거친 욕설의 랩이 담긴 효순, 미선이 추모곡 '꽃잎'이나 미국의 오만함을 꼬집은 '죽든지 말든지'에서 보여주는 윤도현의 어느 때보다 우렁찬 목소리는 전작 '도시인'(2001)의 말랑말랑함과는 거리가 멀다. '사랑할거야'나 '잊을께'같은 '사랑Two' 스타일의 발라드곡도 물론 있기는 있다.
멤버 사이에서 타이틀곡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팬들에게 익숙할 '사랑할거야'를 타이틀로 하자는 의견과 "아예 '죽든지 말든지'로 파격을 주지?"라는 윤도현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 결론이 나지 않았다.
우리를 정치판에 끌어들이지 말라
'YB스토리'는 멤버들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노래. "경기도 파주 어머니 아버지 세탁소에서 쉴 새 없이 다리미와 씨름하고 싸구려 빽판을 들으며 꿈을 키웠다"는 윤도현(보컬), "속초에서 막노동하던 부모님 아래서 어린 시절 과일 배달부 생활을 했다"는 김진원(드럼), "왜관 촌동네를 벗어나려고 자전거 타고 가출했지만 서울에 채 도착하기도 전에 검거됐다"는 허준(기타), "룸싸롱에서 양주 들고 이방 저방 사방 팔방을 정신 없게 들락거렸다"는 박태희(베이스). 이들은 지금 "춤추고 노래할 수 있는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 입을 모은다.
노래가 지닌 힘에 대한 여전한 믿음 때문이다. "단상 위에서 몇 시간 연설하는 것보다 노래 한 곡의 힘이 더 강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치의 명성을 얻으면 비방은 그 열 배로 돌아오는 법일까. 윤밴은 지난해 숱한 기복을 겪었다. "우리가 양심수 이야기(철문을 열어), 환경문제(깨어나라), SOFA개정(꽃잎) 같은 노래를 계속하는 것은 많은 사람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함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못박는다.
윤밴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6월 세계평화음악상 시상식에서 만난 인도네시아 5인조 록밴드 슬랭크(SLANK)의 노랫말을 빌려서 말했다. "우리를 더러운 정치판에 끌어들이지 말라."
함께 문화를 만들어가는 집단 윤밴
이번 앨범에는 지극히 대중적인 작곡가 윤일상의 '자유'와 '잊을게'가 담겨 있다. 일부 팬들은 "윤밴과 표절 의혹을 달고 다니는 윤일상의 조합은 말이 안 된다"고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윤밴은 팬들의 반응에서 오히려 "우리와 우리 음악을 좋아하고 비판해 주는 모든 팬들을 아우르는 문화집단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봤다"고 말한다. 앨범 타이틀인 'YB 스트림(Stream)'도 적극적 팬들과 함께 문화의 '흐름'을 창조해 가고 싶다는 소망을 담은 말이다. 숨가쁘게 준비한 앨범을 내 놓기 무섭게 윤밴은 장기 공연에 나섰다. 23일부터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시작한 공연은 다음달 10일까지 계속된다. (1544―1555)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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