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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달러시대로 - 선진경제 부침에서 배운다]<9> 독일/개혁의 몸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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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달러시대로 - 선진경제 부침에서 배운다]<9> 독일/개혁의 몸부림

입력
2003.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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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말 이후 독일 베를린 예술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도이체 오퍼(Deutche Oper)'의 존폐 문제다. 오페라 공연의 명소로 꼽히는 도이체오퍼를 베를린시가 재정난을 이유로 폐쇄할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베를린시는 도이체오퍼 외에도 슈타츠오퍼(국립오페라), 코미셰오퍼 등 3개 오페라 극장에 그 동안 매년 1억2,000만 달러를 지원해왔다. 그러나 연방정부가 재정적자를 이유로 3,500만 달러를 지원해달라는 베를린시의 지원을 거절하면서 도이체오퍼 폐쇄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독일은 생존을 위한 자생적 개혁을 시작하고 있다. 대다수 독일인은 과거 체제의 안락함에 젖어있지만, 오페라 극장이 폐쇄되고 구 동독지역에서는 노동자들이 기업을 살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임금을 깎는 일이 확산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상공회의소(IHK) 카린 체니 이사는 "노동 현장에서는 이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금속노조가 파업을 철회한 것도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독일 연방정부도 최근 '아젠다 2010'이라는 개혁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슈뢰더 독일 총리가 3월14일 발표한 '아젠다 2010'은 노동시장부터 사회보장과 교육제도에 이르기까지 독일 경제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혁 청사진을 담고 있다.

독일 정부는 '아젠다 2010'에서 내수회복을 통한 경제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근로소득세를 인하해 46%(사회보장비 포함)에 달하는 담세율을 낮춰 소비를 진작시키는 한편 실업자에 대한 사회보장 혜택은 대폭 축소한다는 것이다. 또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억제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실업수당 지급기간을 최장 32개월에서 12개월로 단축하는 한편, 5인 이하 소기업에 대해서는 해고금지법을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세계 최하위로 처진 교육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2007년까지 40억 유로를 투입, 독일 학교에 '전일제(全日制)' 수업을 도입하는 한편 학생들의 교육수준을 전국적으로 평가하고 발전시킬 독립평가기구를 설립할 계획이다. 독일에는 4만6,000개의 초·중·고교가 있는데 국제학교와 보수색채가 짙은 남부 지역 일부 등 2,000여 개를 제외하고는 오후 1시면 모든 수업이 끝나는 '반일제(半日制)'다. 에델가르트 불만 교육부 장관은 "재정조달에 큰 어려움이 있으나 전일제 학교에 대한 예산지원은 줄이지 않을 것이며, 전일제 학교가 더 많고 다양한 학습과 교육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요컨대 '아젠다 2010'의 핵심은 독일 시스템 전반에 경쟁원리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독일경제연구소(DIW)는 독일 정부에 중장기 세제개혁을 제의하고 있는데, 핵심은 '기업하기 좋은 세제'로의 변화이다. DIW에 따르면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경제의 주체인 노동자와 기업가에 대한 세금부담 완화는 필수적이다. 대신 부족한 세수는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 세율을 올려 공무원, 자영업자, 퇴직자 등으로부터 더 거둬들이면 된다는 것이다. 또 그동안 폐지됐던 재산세를 부활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제 독일과 독일인에게 남은 것은 '아젠다 2010'을 어떻게 할 것인가다. 2004년부터 실시키로 되어 있는 '아젠다 2010'을 둘러싸고 찬반양론이 아직도 팽팽하다.

특히 집권 사민당의 전통 지지세력인 노조는 '아젠다 2010'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사회적 정의에도 부합하지 않으며, 경제 회생에도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독일 노동조합총연맹(DGB)의 한스 조아킴 샤베도스 기획팀장은 "현재의 경기부진은 노동시장 유연성 부족이 아니라 독일 기업의 개혁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도 재정적자를 이유로 공공부문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대신 오히려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인 기민당이나 기업 쪽에서는 슈뢰더 총리가 개혁을 외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개혁의 강도가 너무 낮다며 더욱 강력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독일 반도체 업체인 인피니온 같은 기업은 "슈뢰더 총리가 제대로 된 개혁을 하지 않으면 본사를 스위스로 옮겨버리겠다"고 정부를 위협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득갑 수석연구원은 "독일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며, 슈뢰더 총리가 사민당내 좌파세력과 전통적 지지계층인 노조의 반대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결국 독일 개혁의 성공 여부는 제2의 대처가 독일에서 탄생하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베를린=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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