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주한미군 보병2사단 기지가 몰려있는 경기 동두천시 생연2동. 미군장비와 물품 등만 집중적으로 파는 상점 20여 곳이 밀집한 '블랙마켓'에는 군용물품을 내다팔려는 카투사(미군에 배속된 한국군)와 이를 사려는 젊은이들의 발길이 잇달았다.군용물품이라면 없는 것 없어
대구 중소기업 회장 집 총기강도 사건 용의자가 청계천 일대에서 각종 장비를 손쉽게 구했다고 밝힌 가운데 미군부대 주변 블랙마켓이 각종 군용물품의 주요 공급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동두천 블랙마켓의 경우 거래가 잦다 보니 방탄조끼는 5만원, 방독면은 15만원, 야간투시경 10만원, 군용침낭 20만원, 고어텍스로 만든 야전점퍼 15만원, 탱크부츠 5만원 등 공정거래가격이 형성돼 있을 정도다. 이 일대에서 40여년간 미군 장비를 팔아왔다는 C씨는 "최근에는 부대 관리가 허술해졌는지 5년 전에 비해 장비를 팔겠다고 찾아오는 카투사들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제대를 앞둔 사병들이 물품을 재고정리하듯 팔아치우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도덕적 해이·허술한 관리로 거래 활개
이처럼 불법 거래가 활개를 치는 이유는 제대를 앞둔 카투사나 부대내 군무원의 도덕적 해이 때문. 미 보병2사단 C부대에서 공급병으로 일하면서 최근 야간투시경과 방독면을 블랙마켓에 팔았다는 한 카투사는 "재고 관리할 때 몰래 빼돌리거나 가짜로 분실신고를 해놓고 새로 장비를 받으면 손쉽게 장비를 처분할 수 있다"며 "정문경비를 서는 군무원들이 이같은 사실을 잘알고 있지만 다 눈감아 준다"고 말했다.
허술한 재고 관리도 문제다. 군 장비들은 전산망을 통해 한국내 정비대대를 거쳐 미국으로 주문하는데 이 과정에서 필요 이상의 허수주문이 비일비재하다는 것. 의정부 B부대에서 근무하는 한 군무원은 "각종 중요 장비나 그 부속품은 고유번호가 찍혀 있어 관리가 철저하지만 관리자가 마음만 먹으면 어떤 방식으로든 빼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의정부의 미군기지 앞에서 만난 상인은 "군무원이나 카투사를 통해 부대에서 빠져 나온 물품들은 중개인을 거쳐 서울 청계천이나 남대문, 이태원 등지로 공급된다"고 설명했다.
인근 파출소 직원은 "의정부 경찰서와 미군 헌병대가 수시로 합동단속을 벌여 물품을 압수하는 등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하지만 워낙 거래가 많다 보니 단속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의정부·동두천=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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