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지금 당장의 실적에 마냥 웃어야 할지…"조선 업계가 올 상반기 사상 최대의 수주실적을 기록했다는 산업자원부의 통계가 발표된 29일 울산 동구 전하동 현대중공업의 분위기는 의외로 차분했다. "수주량은 많지만 별 재미는 보지 못할 걸요"라고 말문을 연 홍보팀의 조용수 과장은 "앞으로 무서운 기세로 도전할 중국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외 경쟁업체와 치열한 수주전쟁을 벌이고 있어 수익은 장사가 한창 잘 되던 2000년에 비해 10% 정도 떨어질 것 같다"며 "조선업 특성상 올해 매출과 순익 등은 2년 후에 드러나지만 미래가 장밋빛만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수주실적과 수익은 별개
조선업계는 상반기에 일찌감치 올 한해 수주 목표치를 초과 달성하는 등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에 따라 하반기엔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고부가가치 위주로 '골라먹는' 선별수주에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선박 부문에서 올 한해 목표치(30억달러)를 무난히 달성했다. 특히 8,000TEU(1TEU=가로 세로 1피트 컨테이너) 이상의 대형 컨테이너선과 초대형유조선(VLCC) 등 부가가치가 높은 선박의 수주 비중이 커졌고 선주사도 터키와 이탈리아 일본 홍콩 등으로 다변화했다.
회사 관계자는 "도크 용량 등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전체 수주량을 늘리지 않고 2∼3년 뒤 물량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주량보다 공기단축 등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원가절감과 임금상승률을 웃도는 생산성이 달성되느냐에 따라 수익 규모가 정해질 것"이라며 지나친 기대감을 경계했다.
기술차별화가 살길
조선업계에서는 중국이 고속 성장을 거듭, 세계 양강(兩强)인 한국과 일본을 위협하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특히 우리의 25% 수준에 불과한 중국의 낮은 임금은 엄청난 위협으로 다가와 있다. 영국 선급협회인 로이드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수주 비중이 1998년 2.5%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12.6%로 치솟았다. 40%를 점유 중인 한국에 비하면 아직 거리가 있지만 "10년 내 웬만한 분야는 한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대중공업 선박해양연구소의 염덕준 소장은 "저임금을 앞세운 중국의 물결을 막아낼 묘책은 없다"며 해양플랜트와 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분야의 경쟁력을 유지, 향상시키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과거 저임금을 무기로 일본을 따라잡았지만 아직도 전체 생산성은 일본의 67% 수준에 머물고 있듯 기술 차별화만이 살길이라는 뜻이다.
그는 "올해로 9년째 무분규를 기록했다는 것은 역으로 노조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다는 얘기"라며 "현장의 생산성 등은 얼마든지 높일 여지가 있으므로 노사가 하나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울산=이종수기자 j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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