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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보는 세상/ 이정현 "썸머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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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보는 세상/ 이정현 "썸머 댄스"

입력
2003.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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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의 새 노래 '썸머 댄스'(Summer Dance)를 듣다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노랫말이 툭 튀어나와 깜짝 놀랐다. '넌 너무 art한 거 아니'라는 부분이다. 'lucky한', 'sexy하니' 등은 알아 들을 수 있었지만 'art하다'에서는 딱 막힐 수밖에 없었다.쉽게는 '넌 너무 예술인 거 아니'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예술이라는 말의 쓰임새가 변화를 겪어 "와! 예술이다"고 하면 "와! 멋지다"는 말과 같은 뜻이 된다. 따라서 '썸머 댄스'의 노랫말은 '넌 너무 멋진 거 아니' 정도의 뜻이 될 것이다. 그러나 '예술이다'를 'art하다'고 한번 더 꼬아 말한 방식이 놀라워 잠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의 오만에 대한 응징으로 언어는 여러 갈래로 갈라졌다. 하지만 요즘은 한 언어 안에서도 세대별로 사용하는 말이 너무 달라 유리벽으로 차단된 느낌이다. 대학 신입생의 말을 들어보자. "료수님 찾아 갔다가 기분이 땔룽해져서 나이트 가서 까데기 했는데 구좌가 10만원이나 받아 먹는 거 있지. 싸승나서 물고기방 가서 림글 돌리고 미소년으로 대화하다가 집에 왔지. 재미도 없고 이제 페이닝 생활로 접어들어야겠다." 도통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지만 괴로워할 것까지는 없다. 해석하면 "교수님 찾아갔다가 기분이 우울해져서 나이트 가서 부킹했는데 웨이터가 10만원이나 받더라. 짜증나서 PC방 가서 커뮤니티에 글 올리고 MSN 메신저로 대화하다가 집에 왔지. 재미도 없고 이제 폐인 생활로 접어들어야겠다"는 말이다.

'너무 멋지다'를 'art하다'고 표현한 데 대해 고운 우리말을 훼손했다고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엄연히 존재하는 그들의 말이기 때문이다. 다만 세대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외국어를 공부하는 기분으로 10대의 언어를 배워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할 뿐이다.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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