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쿠웨이트 사비야 담수화 설비 공사 수주와 관련, 두산중공업을 상대로 정부에 조정을 신청한 사건을 두고 '나라 망신'이라는 여론이 높다.현대중공업은 지난해 6월 쿠웨이트 담수화 사업 입찰에서 3억4,200만 달러를 제시, 3억6,000만원을 써낸 두산중공업을 제치고 공사를 따냈다고 주장한다. 현중은 "두산중공업이 쿠웨이트 정부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딴죽을 걸어 1년 넘게 본계약 체결이 지연되고 있다"며 상도의를 바로 세운다는 차원에서 정부에 조정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산중공업의 주장은 다르다. 현대의 담수 설비 기술이 떨어지는 데다 부당하게 저가 수주한 사실이 밝혀져 쿠웨이트 국가 기관에서 이를 검증하고 있을 뿐이라는 얘기다. 현대측이 교묘한 언론 플레이로 두산중공업을 매국노처럼 몰아붙이고 있다는 반박이다. 두산 관계자는 "발주처인 쿠웨이트의 최종 결정이 중요한데도 우리 정부에 사태 해결을 호소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며 '쿠웨이트 법'대로 할 방침임을 강조했다.
서로 자기 말이 옳다는 두 회사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해외 공사 수주를 둘러싼 국내 유수 기업의 볼썽 사나운 모습은 제3자에게 제 몫 챙기기에 급급한 진흙탕 싸움으로 비쳐진다. 국내도 모자라 외국에서까지 나라망신을 시키고 있다는 비난도 적지 않다.
결국 이번 분쟁은 칼자루를 쥔 쿠웨이트의 결정에 따라 옳고 그름이 가려지게 된다. 최악의 경우 우리 기업이 배제되고 입찰에서 3위를 한 이탈리아 업체가 어부지리로 수주할 수도 있다. 쿠웨이트 정부가 우리 기업 중 한 쪽의 손을 들어준다 해도 '상처뿐인 영광'일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시대에 상도의와 국가 이미지는 여전히 소중한 경쟁력임을 실감하게 된다.
이종수 경제부 기자j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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