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미가 누구야?" "코미디 프로에서 강금실 법무장관과 송경희 전 청와대 대변인 흉내를 똑같이 낸 개그우먼 있잖아." "아, 그 여자!" 개그우먼 전영미(31·사진)는 지금도 본명보다 '강금실'과 '송경희'로 더 잘 통한다. MBC 코미디 프로 '코미디 하우스'의 '3자토론' 코너에 출연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3월15일 3자토론 첫 출연 때 치맛자락을 여미며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꺼낸 그의 모습은 영락 없는 강 장관이었다. 강 장관 역은 그때 딱 한 번 했지만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됐다."제가 개발한 역할은 아니었어요. 어느날 코미디 하우스의 연출인 박현석 PD가 제의를 해서 우연히 맡게 됐죠." 그는 역할이 주어지자 인터넷에 접속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검사들과 공개토론회를 나눈 동영상을 되풀이해 보며 강 장관의 어투와 몸짓을 연구했다.
그의 노력이 1회로 끝날 수도 있었던 출연 기회를 연장시켰다. 강 장관 역의 반응이 좋자 이번에는 송경희 전 청와대 대변인 역할이 주어졌다. 연신 귀밑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을 더듬는 모습은 보는 사람들에게 폭소를 자아내며 인기를 끌었다.
그는 송 전 대변인 덕분에 인기가 올라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제가 3자토론에서 데프콘과 워치콘을 혼동한 발언을 한 후 노대통령으로 분장한 배칠수씨에게 야단을 맞는 장면이 있었는데, 당시 '저거 자를 수도 없고…'라는 대사가 나갔어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방송이 나간 얼마 후 송 전 대변인이 경질됐어요. 어찌나 미안하던지…. 덩달아 저도 경질됐죠."
그렇지만 그의 경질은 또 다른 시작이었다. 같은 프로에서 최양락이 진행하는 '역사 뉴스' 코너의 말 없는 앵커 역을 맡았으며 3자 토론 대신 최근 새로 선보인 '시사 버라이어티 삼파전' 코너에 배칠수, 김학도와 함께 고정 패널로 캐스팅됐다. 그는 여기서 '강은실'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인기를 끌었던 강 장관 연기를 선보인다.
최근 방송 출연을 보면 벼락 출세를 한 것 같지만 그는 오랜 무명세월을 거쳤다. 청주사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대전MBC에서 공채 리포터로 방송활동을 하던 그는 1996년 부모님 몰래 상경해 MBC 개그맨 선발시험을 보고 노정렬, 정경수 등과 함께 공채 7기 개그맨 생활을 시작했다.
그 동안 그에게 주어진 역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주로 할머니, 아줌마 등이었다. "처음에는 나이 든 역만 시켜서 혼사에 지장 있을까 봐 싫었는데 연기 폭을 넓히는 셈치고 열심히 했어요." 그는 '테마게임', '오늘은 좋은 날' 등에서 100여 회 이상의 노역 최다출연기록을 세우며 1999년 MBC 코미디언 신인상을 받았다.
서서 말로 웃기는 스탠딩 개그보다 동작이 큰 연기를 더 많이 하던 그가 성대모사를 시작한 것은 개그맨 김학도의 권유 때문이었다. 그가 성대 모사하는 모습을 우연히 본 김학도, 배칠수 등은 옆에서 장단을 맞춰주며 부추겼고 덕분에 방실이, 현숙, 전원주, 선우용녀, 일용 엄마 등 수 많은 인물을 개발했다. 요즘은 비디오를 보며 엄앵란 흉내를 연습하고 있다.
최근에 그는 거리에 나서면 알아보는 사람도 있고 MBC 홈페이지의 시청자 의견 게시판에 격려의 글이 잇따르는 등 과거와 다른 인기를 실감한다. 얼마 전에는 김효진, 하하 등 친한 연예인들과 일생을 함께 하기 위해 '일생클럽'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영화도 같이 보고 교회도 함께 다니는 등 친분을 나누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요? 무조건 더 열심히 해야죠. 자만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자는 게 모토입니다. 그나 저나 남들은 '뜨면' 팬클럽 홈페이지도 생기고 그러던데 저는 없는 걸 보면 아직 인기인이 아닌가 봐요. 아니면 제가 만들어 띄울까요?"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