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검 조사부(소병철 부장검사)는 29일 S기업 대주주의 아들 이모씨로부터 수백억원대의 사기 행각을 벌였던 전 외국계 은행 직원 최모(37·구속)씨가 재벌 등을 상대로 서울 강남에 '사설은행'(private bank)을 은밀히 운영해 온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특히 최씨가 이 사설은행을 통해 극소수 상류층의 돈을 받아 빼돌리는 수법 등으로 추가 범행을 저질렀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전면 확대하고 있다.이와 관련, 검찰은 이날 오후 서울 도곡동 D오피스텔에 위치한 최씨의 '사설은행'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 고객 명단과 투자 내역 등이 담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관련 서류 일부를 확보했다. 최씨의 한 측근은 그러나 "한달 전에 이 사설은행에는 비밀금고와 4대의 컴퓨터가 있었으나 최근 컴퓨터 2대만 남기고 모두 사라진 것으로 안다"고 밝혀 최씨가 구속 직전 비밀 금고 등을 은닉시킨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최씨가 재벌 2, 3세와 전문직 종사자들의 사교 모임인 '베스트' 회원들을 상대로 추가 범행을 저지른 정황이 포착된 점 등으로 미루어, 이 사설은행이 최씨의 범행 창구로 이용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또 이 사설은행이 일부 재벌과 고위층 등의 돈세탁 등 불순한 자금 관리에 이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 부분도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와 함께 최씨가 이씨로부터 가로챈 745억원 가운데 용처가 드러나지 않은 500여억원도 이 사설은행으로 유입됐을 것으로 보고, 최씨를 상대로 자금의 구체적 행방을 쫓고 있다.
/강훈기자 hoon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