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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방에서 보내는 휴가법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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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방에서 보내는 휴가법1

입력
2003.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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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떠나라 떠나라 하지만 사실 휴가를 집에서 보내야할 분들도 많다. 이 분들에게 좋은 휴가법을 권해볼까 한다.우선 대형서점이나 헌책방에 가서 지도책을 하나 산다. 적당한 대륙을 하나 고른 다음 그 장을 펼친다. 눈을 감고 연필로 한 군데를 찍는다. 눈을 떠보면 엉뚱한 곳이 찍혀 있을 것이다. 아시아를 고르면 대충 우랄 산맥이나 고비사막, 히말라야 한가운데에 점이 찍혀 있을 것이다. 그럼 그 점을 중심으로 가장 가까운 도시를 찾는다. 보통 별볼일 없는 도시가 발견된다. 예를 들어 브라질의 마나우스 같은 도시가 눈에 띌 것이다. 그럼 집에 깔려 있는 초고속인터넷으로 그 도시에 관한 정보를 샅샅이 뒤진다. 검색 능력이 좋다면 마침내 그 도시의 인구, 규모, 지리적 특성, 가는 방법 등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구하게 될 것이다. 그럼 그걸 잘 적어서 공부한 뒤, 나중에 그 나라 이야기가 나오거든, 무조건 그 도시 얘기를 꺼낸다. 브라질에선 마나우스를 가봐야 하는데, 라고만 말하는 것이다. 가봤느냐고 누가 물으면 안 가봤다고 정직하게 대답한다. 이 휴가법의 장점은 무의미하다는 데 있다. 모두가 의미 있는 휴가를 보내겠다며 땀을 뻘뻘 흘릴 때 비로소 그 진가가 나타난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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