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바다로, 산으로, 강으로 떠나는 이때, 단 하루라도 색다른 여행을 하고 싶다. 섬으로 가는 건 어떨까. 배를 타는 것이 귀찮지 않냐고? 배를 타야 섬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옛날 얘기다. 육지와 섬을 연결하는 연륙교(連陸橋) 덕분이다. 특히 수도권 근교 서해안일대에는 자동차로 갈 수 있는 괜찮은 섬들이 적지 않다.대부도부터 시작해보자. 서부간선도로를 이용, 서해안고속도로를 탄 뒤 안산분기점에서 서울외곽순환도로를 갈아타고 안산방면으로 가다 월곶IC에서 빠진다. 77번 국도로 갈아타고 끝까지 가면 시화방조제와 마주친다. 11.2㎞에 달하는 시화방조제 덕분에 대부도는 육지나 다름없는 곳으로 변했다. 방조제 건설과 함께 시화호가 탄생했다. 여의도 면적의 60배다.
방조제 양 옆으로는 망둥이낚시를 즐기는 낚시꾼들이 즐비하다. 강태공들을 뒤로 하고 대부도에 들어선다. 방아머리라는 곳이다. 디딜방아의 머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졌다. 그러나 정작 입구에 들어서면 바지락칼국수, 조개구이, 회를 파는 집들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바지락칼국수는 5,000원선, 조개구이는 한 접시에 2만5,000∼3만원에 내놓는다. 번듯하게 지어진 3∼4층짜리 건물은 가격이 조금 비싸다. 천막이나 포장마차 형태의 집은 값이 싼 대신 편의시설이 없다는 불편함은 감수해야한다.
음식점에 한눈을 팔다가는 도로 옆으로 드러나는 갯벌의 모습을 놓치기 십상이다. 특히 썰물 때면 햇빛을 받은 검회색의 갯벌이 눈부시다. 발을 걷고 갯벌로 들어가 바지락과 조개를 캐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분주하다. 하얀 백사장을 기대한 사람에게는 실망이겠지만 갯벌속에서 꿈틀대는 생명체를 보는 것은 흔한 경험은 아닐 것이다. 아홉개 봉우리가 모여 생겼다는 구봉이도 손에 잡힐 듯이 보인다.
차를 돌려 선재도와 영흥도로 향한다. 가는 길은 도시의 손때가 묻지 않은 전형적인 시골길이다. 무더위속에 익어가는 포도밭이 지천에 널려있다.
2000년 대부도와 선재도를 잇는 다리가 놓였다. 이듬 해에는 선재도와 영흥도가 연결되면서 세 섬은 하나가 됐다. 선재도에서 영흥도로 가는 길에 언뜻언뜻 보이는 무인도들이 색다른 느낌을 준다.
영흥도에 들어섰다. 오른편으로 역시 갯벌이 펼쳐진다. 마을 주민들로 보이는 40∼50대 아주머니들이 바지락과 조개캐기에 열중이다. 무심코 갯벌로 내려가다 "갯벌에 들어가신 분, 빨리 나오세요"라는 갑작스런 확성기의 외침에 화들짝 놀랐다. 이 곳의 패류는 마을주민들만 채취가 가능해 일반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단다. 이 곳 주민들의 주 생계수단에 발을 들여놨으니 제지를 당한 것은 당연. 이렇게 캔 바지락과 조개는 인근 대부도, 제부도, 인천 등으로 팔려나간다.
영흥도에는 십리포, 장경리, 용담리 등 3곳의 해수욕장이 있다. 그러나 자갈과 뻘이 많아 정작 해수욕을 즐기기에는 무리가 있다. 십리포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서어나무(소사나무) 군락지가 있다. 130년전부터 자생적으로 생겨난 350여그루의 서어나무가 해수욕장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농사에 도움이 안되는 해풍을 막아 줘 주민들에게 도움을 줬다. 그러나 취사, 야영객들이 늘어나면서 훼손이 심각해졌고 이제는 보호가 시급하다고 한다.
제부도로 향한다. 대부도에서 선감도와 불도, 탄도를 지나 화성시 서신면으로 나온 뒤 다시 섬으로 들어가야 한다. 흔히들 모세의 기적으로 표현되는 바닷길 갈라짐 현상이 매일 2차례씩 일어난다는 곳. 80년대 초 물길이 빠지는 시각에 맞춰 주민들이 3년 동안 시멘트 포장길을 만들었다고 한다. 기적을 현실로 만든 사람들이다. 통행가능시간을 반드시 알고 출발해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 제부도 매표소(031-355-3924)로 문의하면 된다. 입장료 1,000원. 제부도앞 매바위는 수도권 서해안에서 보기 드문 절경이니 놓치지 말자.
영종도와 용유도는 인천공항이 들어서면서 마치 샴쌍둥이처럼 한 몸으로 붙어버렸다. 서울에서 88대로를 타고 김포공항 인근에 있는 인천공항고속도로를 타면 30분이면 가뿐하게 닿을 수 있다. 통행료(6,400원)가 만만치 않지만 발품을 들이면 예상외로 만족스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영종대교를 지나 공항신도시 혹은 신불IC로 나오면 용궁사로 향하는 길과 마주친다. 신라 문무왕(670년) 원효대사가 창건한 이 절에는 대원군의 친필현판을 비롯, 천년고찰의 전통을 느끼게 해주는 느티나무(인천시 기념물 9호) 등 볼거리들이 많다.
인천국제공항을 둘러보는 것도 빼놓지 말자. 국제적인 허브공항을 목표로 건립된 공항이어서 한국의 위상을 새삼 느끼게 한다. 공항에서 서쪽 도로를 타고 5㎞정도 가면 공항전망대가 나온다. 공항에서 뜨고 내리는 모든 비행기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용유도에는 서해안 해수욕장 중 모래 질이 비교적 우수한 을왕리, 왕산 등 2개의 해수욕장이 있어 평소에도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다. 인천공항의 개통으로 최고의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을왕리는 특히 일몰장면이 아름다워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다.
두 섬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마주치는 영종대교의 야경은 여행의 대미를 장식하는 하일라이트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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