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개월 동안 증시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외국인의 매수세가 삼성전자와 금융업종에서 벗어나 다른 업종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외환위기 이후 고착되고 있는 '외국인 매수종목=주가 상승'이라는 등식을 맹신하기 보다는 외국인이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미리 공략하는 선취매를 추천하고 있다.외국인 투자가들은 4월 28일 순매수로 전환한 이후 대단히 빠른 속도로 매수규모를 늘렸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이들의 누적 순매수는 6조원대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매수의 대부분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하는 정보통신(IT)주와 금융주에 집중되는 편식 현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덕분에 삼성전자는 29일 장 중 42만4,000원을 기록,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그러나 이 달 중순부터 외국인 매수강도와 순매수 규모가 크게 줄어들면서 외국인의 매수 양상이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7월을 고비로 미 증시에서 기술주의 상승모멘텀에 대한 반론, 증권사들의 투자의견하향조정, 상승랠리에 따른 부담 등으로 미 나스닥 지수가 조정을 보이면서 외국인의 한국시장 매수도 다소 위축되었고, 매수 종목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대우증권 목대균 선임 연구원은 "7월의 외국인 누적순매수 변화를 분석한 결과, 전기전자 및 금융주에 대한 매수탄력이 둔화되고 중형주 및 소형주에 대한 매수탄력이 강화되고 있다"며 "외국인의 매수세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LG투자증권 강현철 연구원도 "외국인이 전기전자와 금융주에 대한 매수일변도에서 벗어나 업종별 우량 대표주로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외국인의 매수세 확산이 지속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목 연구원은 "3개월동안 6조원에 달하는 외국인의 순매수를 감안하면 향후 순매수는 제한적일 수 있다"며 "그러나 3분기 이후 전세계적인 경기회복과 기업실적이 향상된다면 지속가능성은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외국인 순매수가 확산할 경우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적었던 음식료, 화학, 철강금속, 기계, 유통업종의 대표주를 전문가들은 추천하고 있다. 최근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유입된 포스코, 풀무원, 유한양행, LG석유화학, LG상사 등의 주가는 상당히 강세를 보였다. 굿모닝신한증권의 정의석 부장은 "최근 장세와 같은 외국인 주도의 장세에서는 외국인 지분율의 변동이라는 수급변수가 가장 중요한 핵심인 것이 우리 증시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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