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도 주민에 대한 현금보상 배제를 결정한 29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고건(高建) 총리, 윤진식(尹鎭植) 산자부 장관 외에 일부 참석자만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을 개진했다. 대부분의 국무위원들은 별다른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고 한다.조영동(趙永東) 국정홍보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안에 대해 잘 모르는 장관들이 이야기할 입장이 못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간 부처끼리 활발한 토론과 논쟁이 있었던 점에 비춰보면 각 국무위원이 위도 주민의 반발을 의식, 아예 입을 다문 것으로 보인다. 한명숙(韓明淑) 환경부 장관도 환경 문제에 대한 언급 없이 현금보상 배제에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말문을 연 것도 노 대통령이었다. 노 대통령은 최근 위도 주민에게 "현금지원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킨 윤 산자부 장관에게 "주민에 대한 현금지원 문제가 쟁점이 됐는데 법리상, 상식상 현금을 지원해도 되는 것이냐"고 따졌다. 노 대통령은 이어 "현금지원 문제는 여러 가지를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처장은 "질책은 없었다"고 말했지만 노 대통령이 윤 장관의 실책을 분명하게 짚은 셈이다.
변양균(卞良均) 기획예산처 차관도 "특별법이 제정되기 전에 현금을 주는 것은 법적 문제가 있다"고 현금보상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다른 국책사업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된다"는 등 현금보상을 명시적으로 반대한 국무위원도 몇 명 있었다. 윤 장관은 이에 "정확하게 법적 검토를 하지 않은 점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한 국무위원은 수몰지구 이주대책비를 예로 들어 "위도 주민이 아예 위도를 떠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조 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평소와는 달리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도 발언한 장관을 제대로 밝히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주민의 반발이 해당 장관에게 집중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였다. 조 처장은 대신 "회의에서 대충 그렇게 결정이 됐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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