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문화연구원에 남아 있는 유신의 찌꺼기를 명칭 변경과 인사·조직 개편을 통해 일소하려고 합니다."장을병 한국정신문화연구원장은 2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르면 연내에 연구원의 이름을 '한국학중앙연구원'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정희 정권 당시인 1978년 '근대화'와 '민족 중흥'을 앞세워 한국학 연구 전담 특수대학으로 설립된 연구원은 목적과 달리 이후 독재·군사 정권의 통치 이념을 제공하는 '어용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오명을 얻어 왔다. 이번 명칭 변경은 25년 지속된 구태를 벗고 명실상부하게 한국학 전담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첫 걸음이다.
"새 이름은 'The Academy of Korean Studies'라는 원래의 영문 이름에 충실했습니다. '중앙'을 덧붙인 것은 주요 대학마다 한국학 연구원이 있기 때문에 이를 포괄하고 중추 역할을 한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연구원은 정부가 나서든, 의원 입법으로 하든 연내에 국회의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육성법' 개정을 통해 명칭 변경을 매듭한다는 계획이다. 이름뿐 아니라 현재 육성법과 정관 제1조(목적)의 '주체적 역사관과 건전한 가치관 정립' '민족중흥을 위한 국민정신을 드높이고' '민족문화 창달에 기여하며' 등의 문구도 삭제할 방침이다.
장 원장은 또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명예·조기 퇴직을 유도하고 연구 성과 평가 결과 3년 연속 하위 10%에 드는 교수는 재임용에서 탈락시킬 계획"이라고 새로운 인사 관리 방침을 밝혔다. 대신 교수 인력을 줄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외국인 한국학 소장 학자 등 신규 채용도 늘려 나갈 계획이다.
또 조직을 연구본부 정보자료화사업 한국문화세계화사업 한국학대학원 등 사업 목적 중심으로 개편한다. 특히 한국학대학원 내에 국제한국학부를 설립해 해외 한국학 전공자를 초청, 교육하고 교재 및 연구 비용을 지원하는 등 해외 한국학 활성화에 나설 예정이다.
연구원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을 이어 국내 향토 문화를 집대성하는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편찬 사업에도 착수할 계획이다.
최근 교육부의 승인을 얻은 이 사업은 전국 232개 시·군·구에 있는 다양한 향토문화 자료를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분류·연구해 '한국향토문화대백과사전'을 만들고, 이를 데이터 베이스로 만들어 인터넷으로 서비스하는 지식 정보 제공 사업이다.
2013년까지 10년을 사업 기간으로 잡아 연 인원 2만여 명, 1,16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방대한 문화 콘텐츠 구축 사업이다.
장 원장은 "지방의 문화 자산은 물론 지방민의 생활문화 자료를 한데 모으는 21세기형 동국여지승람 편찬 작업"이라며 "축적된 향토문화는 상품 개발이나 예술 소재 등으로 활용돼 다양한 문화경제적 파급 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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