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파트가 암살당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돈을 걸어라."무책임한 사설 인터넷 도박 사이트 이야기가 아니다. 미 국방부가 개설 준비 중인 국제 온라인 선물(先物) 시장의 거래 규칙이다. 28일 AP 통신 등에 따르면 국방부 산하 국방첨단연구기획청(DARPA)은 중동 지역의 요인 암살, 테러, 전쟁, 쿠데타 등의 발생 가능성을 토대로 선물 매수·매도 주문을 내는 인터넷 선물 시장을 10월 1일 개설할 계획이다.기존 상품 거래소와 비슷하게 운영되는 이 시장의 이름은 정책분석시장(PAM)으로, 국방부와 증권시장 시스템 기업인 넷익스체인지, 이코노미스트지의 기업정보부서 등 민간 기업 2곳이 공동 개발했다. 미국은 8월 1일부터 투자자 등록을 시작, 10월 1일 거래를 개시한 뒤 내년 1월까지 투자자를 1만명까지 늘릴 예정이다. 국가 기관은 거래에 참여할 수 없다.
투자 방법은 이렇다. 예를 들어 한 투자자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암살을 예측하고 매수 주문을 낸 뒤 실제로 상황이 발생하면 투자 수익을 챙기는 방식이다. 투자자들은 중동 지역 정세와 미군의 개입 정도 등 여러가지 정보를 토대로 분석한 뒤 투자를 결정하게 된다. 선물 가격과 가산금리 등의 수치가 높으면 그만큼 투자자들이 점치는 사건의 발생 확률이 높다는 의미이다.
PAM의 인터넷 사이트(http://www.darpa.mil/iao/FutureMap.htm)는 아라파트의 암살과 요르단 압둘라 2세 국왕 축출 등 가상 사건을 사례로 제시하며 거래가 이뤄지는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공격 가능성에 따른 선물 가격 예상치를 나타낸 그래프도 한 때 사이트에 올라 있다 삭제됐다.
DARPA는 "PAM의 개설은 미 정보 기관들이 구하지 못하는 고급 정보를 수집하는 효율적인 방법"이라며 "이미 기존의 선물 시장들이 선거 결과 예측 등에서 전문가를 능가하는 정확성을 입증했다"고 개설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민주당의 론 와이든 상원의원 등은 28일 "정부가 테러 등 잔학 행위에 돈을 거는 도박장을 개설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라며 PAM 개설 추진을 즉각 중단한 것을 요구했다.
AP 통신은 "국방부가 PAM 운영비로 2004년과 2005년 각각 300만 달러와 500만 달러를 요청한 예산안이 하원을 통과할 것으로 보여 PAM이 계획대로 출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