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경기회복의 신호인가, 단순한 기술적 반등인가.'수출 호조에 힘입어 6월 중 생산과 투자가 증가세로 돌아서고 경상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하는 등 실물경기가 다소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면서 경기회복 논쟁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6월 중 실물지표의 개선은 지난해 같은 기간 월드컵경기 시청과 자동차 분규 등으로 생산이 저조한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선행지수가 14개월 만에 플러스를 기록한 것은 향후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물지표 호조는 기술적 반등 가능성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및 2·4분기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산업생산은 지난해 6월에 비해 7.8%, 지난해 2·4분기보다는 2.5%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월드컵과 현대자동차 파업 등으로 생산이 저조했고 조업일수도 줄어든 데 따른 상대적인 반등으로 분석됐다. 실제 6월 산업생산지수는 111.8로 4월(113.5)과 5월(110.8)에 비해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계절 조정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4.7% 늘어나 3월 이후 처음 증가세로 돌아서며 1999년 5월(4.8%)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다. 평균 가동률은 생산 증가에 힘입어 전달보다 2.7% 포인트 높은 76.8%를 기록했다. 내수 출하는 자동차, 석유정제 등의 증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3% 늘었고 수출도 반도체, 자동차 등의 호조로 17.8%의 증가율을 보여 전체로는 8.1% 늘었다.
도·소매판매는 지난해 6월과 2·4분기에 비해 각각 2.3%와 3.7% 줄었지만, 지난달(-4.6%)에 비해서는 감소세가 크게 둔화했다. 현재의 경기상태를 반영하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3으로 전달보다 0.1포인트 감소해 5개월째 하강 행진을 이어갔으나, 감소 폭이 4월(0.9포인트)과 5월(0.7포인트)에 비해 줄어들었다. 6개월 후의 경기상태를 나타내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는 0.4%로 전달보다 0.5%포인트 증가, 14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6월 경상수지도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예상을 크게 웃도는 17억6,000만달러의 흑자를 내면서 2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이는 5월(11억8,000만달러)에 비해 5억8,000만달러나 늘어난 것으로 25개월만에 최대 규모다. 이로써 올 상반기의 누적 경상수지는 8억5,000만달러 흑자로 전환했다. 6월 중 전력소비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늘었다.
노사분규가 경기회복 시점 좌우
전문가들은 일부 실물지표의 호조에도 불구, 내수 위축이 여전하고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5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아직 경기 침체기를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6월 중 산업생산의 급등은 사스(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의 영향으로 위축됐던 4·5월 수출물량이 이월됐기 때문"이라며 "선행지수가 최소 3개월 이상 플러스를 지속해야 경기가 회복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소비 위축이 여전하지만 감소 폭은 둔화하고 있어 우리 경제가 바닥을 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추경 예산이 집행되고 하반기 경기대책이 본격 시행되면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김민경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과거 추세를 보면 선행지수 전년동월비가 플러스로 돌아선지 3∼10개월 후에 경기 저점이 찾아왔다"며 "주요 지표의 감소 폭이 둔화하고 있어 경기 저점이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노사분규 정도에 따라 경기회복 속도가 좌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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