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통점이 더 생기면 가격이 낮아져 소비자들에게는 좋죠."(주부 윤영미씨·42) "지금도 교통혼잡이 빚어지는 데 점포가 늘어나면 교통난이 우려됩니다."(회사원 김정민씨·39) 경기 부천시 도심에 때아닌 '유통 대전'이 벌어져 주민들이 의아해 하고 있다. 현재 중심가에 운영 중인 대형 유통업체만 해도 8개. 다음달 중순이면 3개가 더 들어서 시청을 중심으로 반경 2.5㎞내에 무려 11개의 대형 유통 점포가 난립해 국내 유례가 없는 '유통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업체들이 저렴한 점포 입지라는 매력 때문에 부천에 몰려 들지만 출혈 경쟁이 불가피해 국내 경기가 급속도록 살아나지 않는 한 2∼3년 안에 문을 닫거나 인수·합병 당하는 업체가 나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2.5㎞내에 대형 유통점 11개 난립
중동과 상동에는 1996년에 들어선 'LG백화점'을 비롯해 미국계 할인점인 '월마트', 프랑스계인 '까르푸', 영국 합작사인 '홈플러스'가 운영중이다. 여기에 인근 송래역에는 동대문식 쇼핑몰인 '투나', 부천역에는 할인점 '이마트'와 쇼핑몰인 '지지아나'가 운영되는 등 사실상 포화 상태에 있다.
그러나 8월12일 직영 체제로 운영되는 연면적 1만6,000여 평 규모의 패밀리 패션 아울렛인 '드림모아'를 비롯, 22일에는 '현대백화점'과 아울렛인 '로담코 플라자'가 연거푸 문을 연다. 특히 이번에 문을 여는 '드림모아'와 '로담코 플라자'는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영플라자, 게임존, 푸드코트, 패밀리레스토랑, 대형 서적센터 등 각종 엔터테인먼트 시설까지 들어서는 종합 복합몰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과다경쟁에 따른 출혈 불가피
부천에 유통업체들이 몰려드는 것은 앞으로 잠재 가능성 때문. 부천은 현재 27만5,000세대, 인구 85만 명으로 인구 밀도가 1㎢ 당 1만5,000명으로 수도권 위성도시 중 가장 높다. 그리고 삼산지구 등 주변에 대형 신규 아파트 단지가 계속 들어서는 등 시 규모가 커지고 있으며, 경인고속도로, 외곽순환도로 등 광역 교통망이 사통팔달로 뚫려 교통 여건도 뛰어나다. 여기에 분당, 일산 등 다른 신도시에 비해 구매력이 높은 20∼30대의 젊은 소비 계층 비율이 훨씬 높다. 특히 서울이나 기존 신도시에 비해 땅 값이 상대적으로 낮아 부지 확보가 용이하다는 점도 유통업체를 끌어 들이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유통 전문가들은 현재 부천시의 인구나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11개 점포는 필연적으로 과다 경쟁을 촉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유통업계에서는 보통 한 백화점의 적정 인구수는 50∼70만 명, 할인점은 20만 명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현재 부천시 중동과 상동의 인구는 총 85만 명에 불과하다. 11개 초대형 유통업체들이 적정 인구수의 4분1도 안 되는 상권을 놓고 각축을 벌여 과잉 경쟁이 불가피 하다는 분석이다.
드림모아 안명의(55) 대표는 "부천시 규모에 비해 유통업체 수가 과다한 것은 사실"이라며 "고급품 중심의 백화점, 생활용품 위주의 할인점, 중저가 패션의류를 취급하는 패션몰과 아울렛 등으로 구분돼 있는데 각 업종에서 최고 경쟁력을 가진 업체만이 살아 남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민들도 "다양한 형태의 유통 업체들이 많아 쇼핑이 편리하고 가격도 저렴해 좋기는 하지만 솔직히 '이래도 괜찮나'하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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