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조수봉(46)씨는 자신의 표현대로 "한국전 참전용사 사진찍기에 미친 사람"이다. 그의 카메라 앵글에는 유독 한국전 참전용사만 담기고, 사비를 털어 외국의 한국전 참전용사를 찾아 나설 정도니 그 같은 표현이 틀린 말이 아니다.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조수봉씨가 사진작가, 더 나아가 참전용사 전문 사진작가로 살아가게 된 계기는 1998년 캐나다 오크빌의 세리던컬리지로 유학을 떠나면서부터. IMF 외환위기로 사회 전체에 불황의 그늘이 짙게 깔리던 시기에 '내가 평생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 내린 결정이 유학이었다.
늦깎이로 사진 공부를 시작한 그는 2차 대전 종전기념일인 99년 11월11일 우연히 한국전 참전용사와 운명적으로 묶이게 된다. 한 캐나다인이 동네 행사 촬영에 여념이 없던 그에게 다가와 한국전에 지원병으로 참전한 캐나다 노병을 만나보겠냐고 제의했고, 조씨는 며칠 뒤 그 참전용사를 만났다.
조씨를 반갑게 맞이한 캐나다인 참전용사는 "한국에 갔다 1년 후 토론토로 돌아왔는데 기대와 달리 환영행사는 전혀 없었고, 혼자 쓸쓸히 집으로 향해야 했다"며 2차 대전 종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던 한국전 참전용사에 대한 푸대접을 털어놓았다. 순간 조씨의 머리 속에는 '하늘이 내가 캐나다에서 공부하도록 한 이유가 이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후 그는 2000년 8월 귀국할 때까지 캐나다 전역을 돌며 한국전 참전용사를 사진에 담았고, 이듬해 4월 전쟁기념관에서 캐나다 참전용사 사진을 모아 한달간 전시회를 가졌다.
그의 고집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는 2002년 5월 카메라 들고 벨기에와 네덜란드 등의 참전용사를 찾아 나섰다. 그는 또 지난 겨울 군고구마를 팔아서 번 돈 350만원을 들고 지난 달 20일간의 일정으로 에티오피아로 향했고, 귀국길에는 태국에도 들렀다. 그가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찍은 사진은 약 1만점에 달한다.
상대적으로 국내 참전용사 사진촬영에는 덜 열성을 보이는 것 같다는 물음에 그는 뼈 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외국 참전용사에게서는 나름대로 자부심이 느껴지는데 우리나라 분들에게서는 그런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며 "6개월간 시도를 하다 사진작가의 관점에서 과연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고민했고, 결국 '그림이 잘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외국 참전용사를 중심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참전용사를 존경하는 문화, 그들의 긍지를 높여주는 사회 분위기가 아쉽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우리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분들이 살아계시는 동안 내가 감사의 마음을 표시할 수 있는 방법은 그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9월5∼6일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돕기 자선바자행사를 국회에서, 9월16일부터는 전쟁기념관에서 다시 참전용사 사진전을 열 계획이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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