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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 한숨 스팸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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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 한숨 스팸메일

입력
2003.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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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을 열어보거나 자주 가는 인터넷 게시판에 접속해보면 밤새 '열심히 일한 당신'을 만날 수 있다. 바로 포르노 사이트를 선전하느라 날밤을 새운 분들이다. 그들이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도 정당한 평가를 못 받는 이유는 그것들이 낯뜨겁고 민망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전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메일이나 게시물을 클릭하지 않는 것은 혹시 예기치 못한 정염에 빠져버릴 것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그들이 선전하는 그 사이트들이 얼마나 지루하고 하품 나는 곳인지 잘 알고 있어서이다. 고난도 체조라고밖에는 표현하기 어려운 동작들을 지속하고 있거나 너무도 뻔한 공식에 의해 연출되고 진행되는 일종의 부조리극을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그러므로 앞으로 음란 스팸메일이라는 '영광된' 칭호를 그들에게 부여하는 것을 재고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그들을 고무 격려할 것임에 분명하다. 우리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그들이 기초적인 '음란'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것을. 그러기 위해 '음란'을 빼고 대신 '한심'을 붙일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한심'이 부담스럽다면 '한숨'도 괜찮다.

지난밤도 한심 스팸메일 보내느라 열심히 일한 당신, 제발 떠나라. 아주 먼 곳으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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