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는 참을 수 없을 만큼 강렬하고 특이한 유혹이다.두께 1.2㎜, 지름 12㎝의 조그만 디스크에 극장처럼 선명한 화질과 입체음향을 선사하는 영화를 송두리째 담을 수 있는 신비한 마술이다. DVD를 한번 보면 화질과 음질이 떨어지는 비디오와는 영원한 이별을 선언하게 된다.
DVD와 홈시어터 시스템은 직장 남성들이 술도 잘 안마시고 일찍 귀가하게 만드는 약효까지 발휘한다. 아이들에게 만화영화 DVD를 틀어주면 "영어 대사 말고 우리말로 듣고 싶다"고 떼를 쓴다. 아이들조차 여러 언어가 수록된 DVD의 '멀티 더빙' 기능을 알고 있다.
과연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igital Versatile Disc)의 약자인 DVD가 뭐길래 사람들은 중독 현상을 보이는 걸까. DVD의 매력은 역시 사방을 휘감는 입체(서라운드) 음향이다. '매트릭스', '라이언 일병 구하기' 등의 DVD타이틀을 홈시어터 시스템으로 틀어 보면 눈을 감아도 총알이 어느 방향으로 발사됐는지, 폭탄이 어디에서 터졌는지 알 수 있다. 잘 제작된 음악 콘서트 DVD는 생생한 연주와 청중의 웅성거림까지 앞뒤 스피커를 통해 고스란히 재생한다.
또 비디오테이프와 달리 DVD는 여러 번 반복해서 봐도 디지털 영상이어서 화질이 변하지 않고 항상 선명하다. 리모콘의 멈춤 버튼을 누르면 정지화면이 바로 한 장의 사진이 된다.
여기에 많은 보너스까지 들어 있다. '스페셜피처' '서플먼트'라고 불리는 보너스 중에서 영화에 대한 감독이나 배우들의 음성 해설(코멘터리)이 단연 최고다. 영화제작과 기획의도, 촬영 중 에피소드까지 들어볼 수 있다.
'살인의 추억'의 봉준호 감독은 꽤 알려진 DVD 마니아인데 최근 발매된 박찬옥 감독의 '질투는 나의 힘' DVD에 박감독과 함께 참여해 음성해설을 녹음했다.
이밖에 삭제장면이나 NG장면, 제작과정을 기록한 동영상, 뮤직비디오, 감독이나 배우 인터뷰, 사진모음도 들어있다. '닥터 지바고' DVD는 아예 대사는 끄고 영상과 음악만 들어볼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스워드피쉬', '무간도' DVD처럼 두 가지 결말이 들어있기도 하다. 이처럼 다채로운 내용을 담은 DVD는 그 자체가 버라이어티쇼인 셈이다.
/DVD칼럼니스트 kim@journalist.com
필명 '킴앳'은 DVD초창기부터 여러 매체에 관련 리뷰 및 칼럼 등을 집필해 온 전문 칼럼니스트로 현재는 영화 시나리오 작업, DVD기획 등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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