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만화 '천추'의 그림 작가 김병진(28)씨와 스토리 작가 김성재(30)씨가 만화계의 샛별로 떠올랐다.이들의 데뷔작인 '천추'가 문화관광부와 일간스포츠가 주최하는 2003년 상반기 '오늘의 우리만화'(청소년만화)에 홍승우씨의 '야야툰'(성인만화), 김동화씨의 '빨간자전거'(극화)와 함께 선정된 것. 신예 작가가 일급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영예를 안았다. 상을 받는 작품들이 대개 작품성이 높은 만화인데 '천추'는 대중적 상업지에 연재된 만화라는 점도 눈에 띈다.
"운이 좋았습니다. 코드가 시대와 들어맞은 것 같아요. 처음에는 한국적 동양 판타지를 하고 싶었는데 2000년 당시 밀레니엄 분위기 때문에 유럽을 무대로 하고 SF적 분위기를 덧붙였어요."(김병진)
'천추'는 운명이 뒤바뀐 쌍둥이 무사형제 '천추'와 '을파소'의 이야기다. 악령의 자식으로 태어난 을파소가 천추에게 악마라는 오명을 뒤집어 씌우면서 이들의 운명이 엇갈린다. 이 작품은 2000년 3월 인터넷 만화사이트 '해킹'에 연재됐다가 1년 뒤 '해킹'이 문을 닫으면서 만화잡지 '부킹'으로 옮겨 지금까지 연재되고 있다. 극화로서는 보기 드물게 컴퓨터 작업을 시도했는데도 대중적 인기를 얻는 데 성공했다. 신인 작가들의 작품이 3년이 넘게 연재되며 10권이나 단행본으로 나온 것도 드문 일이다.
"처음에는 여러 가지로 부딪쳤어요. 하지만 서로 조화롭게 절충할 수 있게 돼 지금은 호흡이 아주 잘 맞죠. 두 사람이 한 작품을 하면 혼자 하는 것보다 두 배로 힘든데 인간관계로만 해결되는 건 아니죠."(김성재)
두 작가는 10년 전 광주의 만화동아리에서 알게 된 사이로 1999년 '천추'를 기획하면서 가까워졌다. 김병진씨는 광주 만화계의 대부 조득필씨의 문하생 출신. 94년 만화잡지 공모전에서 당선되고도 데뷔를 미루며 '수련'기간을 가졌다. 김성재씨는 그림 보다는 스토리 작가 쪽에 더 재능이 있다고 판단해 길을 바꾸었다. 두 사람은 10년 동안 따로따로 그림과 스토리 작가로서 공부를 한 뒤 다시 만나 일을 낸 셈이다.
두 작가는 '천추' 단행본을 30권까지 내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앞으로도 6∼7년, 모두 합쳐 10년 가까운 세월을 이 작품 하나에 투자하겠다는 생각이다. "새 학기를 맞은 것 같아요. 창작의 욕구가 샘솟는 것 같습니다."(김병진) "지치지 않고 마지막 호를 덮을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김성재)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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