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톰한 아랫 입술과 얇은 윗 입술의 묘한 조화, 몸에 달라붙는 은색 유니폼. 안젤리나 졸리(라라 크로포드)는 미모와 무술 실력으로 봤을 때 '미녀 삼총사'에 들어가야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그러나 그녀의 내공은 '미녀 삼총사' 이상으로 눈부시다. 맨 손으로 벽타고 올라가기, 장대를 이용해 날아가는 헬리콥터 타기 등 고난도 무예를 가뿐하게 소화한다. 거친 숨 한 번 내쉬지 않고 산책이라도 하듯 펼치는 무공은 부드러움과 폭발력을 겸비하고 있다. 상어를 주먹 한방으로 물리치는 모습을 보라. 여기에 온갖 첨단 통신 장비를 몸에 지니고 세계 곳곳을 누비는 그의 모습은 '인디아나 존스'의 진화한 21세기 버전이다.
그러나 '스피드' 이후 진화한 상상력을 보여 주지 않는 얀 드봉 감독과의 만남은 행복하게 보이지 않는다. 안젤리나 졸리에 걸맞은 악당도, 그녀의 매력에 흠뻑 젖을 에피소드도 많지 않다. 신출귀몰하는 안젤리나 졸리가 굳이 전 애인이자 국제적 범죄자인 파트너와 함께 모험을 떠나야 하는 까닭은 뭘까. 치정과 경쟁심으로 얽매인 두 사람의 관계는 '쿨'하지 않다.
신화 속의 '판도라의 상자'가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산에 있다는 설정과 100만톤의 물을 끌어 모아 만든 수중의 신전이 주는 위용은 대단하다. 그러나 각 장면을 엮는 솜씨는 함량 미달이다. 'Tomb Raider 2 : The Cradle Of Life'. 8월1일 개봉. 15세 관람가.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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