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 학자들은 미국 흑인 사이에서 쓰이는 'Bad'란 단어의 의미에 주목한다. 영어가 백인의 언어이며, 때문에 '좋다' '나쁘다'란 단어 역시 백인적 가치 기준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백인들이 나쁘다는 뜻으로 'Bad'를 사용하는 데 반해, 흑인들은 '좋다'는 긍정적 의미로 이 단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흑인 두 명을 내세운 위험천만한 캐스팅, 그런 눈길을 비웃기라도 하듯 역설적인 제목을 달고, 흑인 형사의 수다와 액션을 버무린 '나쁜녀석들(Bad Boys)'은 그래서 1995년 가장 성공한 영화 중의 하나로 꼽혔다. '나쁜녀석들'은 역설적 제목에 대한 문화적 교감이 없는 다른 나라에서도 화끈한 형사로서 손색이 없었고, 그 결과 2,300만 달러의 제작비로 1억 6,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사건'을 일으켰다.'나쁜녀석들 2'는 전작으로 스타가 된 배우 윌 스미스, 마틴 로렌스는 물론 감독 마이클 베이,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가 그대로 뭉쳤다. 제작비는 올랐고(7,500만달러), 화면은 더 빨라졌고, 스토리는 더 자극적이다. 속편의 법칙을 그대로 적용, 올 여름 블록버스터 중 가장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선보이고 있다.
마이애미의 두 형사 마이크(윌 스미스)와 마커스(마틴 로렌스)가 쿠바로 빠져 나가는 마약 자금을 추적하고, 그 과정에서 마이크의 애인이자 마커스의 동생인 시드(가브리엘 유니온)가 마약단속반 요원으로 나타난다. 마약 운반책으로 신분을 위장한 시드가 마약 조직 보스 나피카에게 납치돼 쿠바로 끌려가자 두 사람은 동료들을 규합, 쿠바로 향한다.
고급 관에 마약을 담아 바다에 떨어뜨리면 다이버들이 이 관을 다시 찾는 식으로 운반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 초반부는 마이클 베이가 스케일 큰 화면을 역동적으로 운용하는 데 얼마나 탁월한 재주가 있는지를 증명한다. 실제 마이애미 고속도로를 막고 촬영했다는 무지막지한 고속도로 추격 장면에서는 카메라를 바퀴 쪽에 달아 카레이싱 영화만큼이나 빠른 속도감을 보여준다. 사운드 디자인도 탁월해 바닷물 가르는 소리, 헬기 소리, 자동차 질주 소리가 실감난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화이트 파워'를 외치는 KKK단 잔당을 공격하며 '블랙 파워'를 외친다거나 경찰들이너나 할 것 없이 화를 내지 않기 위해 마인드 컨트롤법으로 '우∼싸'를 외는 것도 나쁘지않다. 그러나 인종차별에 대한 알싸한 유머 혹은 흑인 고유의 수다는 사라졌고 볼거리에 집중한다.
신체 및 시체 훼손은 심각하다. 러시아 마피아의 손발은 잘려 통에 담기고, 엑스터시 운반용 시체를 보여주는 것도 모자라 길거리에 내팽개쳐진 시체가 자동차에 치이는 끔찍한 장면까지 나온다. 마지막 장면에서도 총 맞아 죽은 악당을 지뢰밭에 떨어뜨림으로써 또 다시 피와 살이 튀는 장면을 연출한다. 폭력성으로 따진다면 진짜 '나쁜 녀석들'이다. 18세 관람가는 당연한 결과. 물론 바로 이런 점이 화끈한 액션을 좋아하는 남성 관객을 자극하는 요인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8월8일 개봉.
/박은주기자 jup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