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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용 식탁 전지현 ·박신양/"공허하지 않고 생각케하는 공포영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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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용 식탁 전지현 ·박신양/"공허하지 않고 생각케하는 공포영화죠"

입력
2003.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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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사람들 이야기예요. 귀신을 보다니, 그것도 두 사람이 똑같이." 8월8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4인용 식탁'(감독 이수연)의 두 주연배우 박신양(35)·전지현(22)은 영화의 오싹함을 여유로운 웃음을 머금고 이렇게 뒤틀어서 이야기했다. 물론 극중 인물은 미친 사람이 아니라 어린 아이의 귀신이 눈에 밟혀 고통 받는 사람이다. 카페의 다른 손님 때문에 잠시 불편해 하던 박신양은 몇 차례 대화가 오가자 점점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었다. 두 배우가 서로 인사도 없이 멀찍이 떨어졌다가 점점 가까워졌다. 예민한 두 사람이다. 하지만 배우란 영화 얘기를 할 때 가장 적극적이 되는 법. 공포 대신 아이스티를 올려 놓은 4인용 식탁 대담이 시작됐다.두 번 했지? 아니 세 번 했죠

기자 1 전지현씨는 공포영화는 안 어울릴 것 같은데요?

전지현 이런 역할을 할 줄 몰랐고 그렇게 하고 싶은 역할도 아니었어요. 하지만 '엽기적인 그녀' 이후 모두들 그게 내 모습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잖아요. 제가 좁은 영역에 갇혀있는 게 아닌가, 사람들 생각에 맞춰지는 게 아닌가 싶었어요. 그게 전부가 아닌데요.

기자2 박신양씨도 공포영화를 싫어한다고 들었어요.

박신양 공허한 거 같아서…. 이번 영화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시나리오를 읽어 보니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더란 얘기지요. 공포를 싫어했으면서도 선뜻 결정하게 된 이유입니다.

기자1 서로 첫 만남이 아닌데 느낌이 어땠나요.

박신양 전지현씨가 많이 성숙해졌어요. 영화 '화이트 발렌타인' 찍을 땐 고등학생이었으니.

전지현 신양 오빠랑 드라마 '내 마음을 뺏어봐'도 했으니 이번이 벌써 세 번째예요. 하지만 처음엔 오빠의 존재감이 커서인지 아무래도 편안하지 못했어요.

박신양 내가 뭐 잘못한 건 아니지? 거 참, 같은 여배우랑 세 번씩 만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하지만 불편함은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봐. 지현이 스스로 풀어갈 문제지.

4인용 식탁의 즐거움과 무서움

기자 2 쉽지 않은 공포 영화인데 매력이라면?

전지현 장르에 충실한 보통 공포영화와는 무서움이 다릅니다. 생각하게 만들고, 장르도 복합적이지요. 영상 효과나 음향 효과로 무섭게 하지 않습니다. 가정을 따뜻하게 하는 공간인 식탁에서 친밀한 사람끼리 나누는 대화 속에 진실과 거짓이 뒤섞이고, 불신과 배반이 있다면 어떨까요. 기존 공포영화보다 무겁고 색다릅니다.

기자1 CF 이미지 때문에 '머리는 빈' 사람이 아닐까 했는데 너무 지적으로 이야기하네요.(웃음)

전지현 CF로 사람들이 편견을 갖고 있을 거예요. 사람들이 저를 궁금하게 여기는 건 알고 있어요. 영화보다는 전지현 개인에 대해 많이 궁금해 하지요. 하지만 영화 외엔 사실 할 말이 딱히 없어요. 나에 대해 가령'전지현은 네모'라고 생각하고 거기에 맞춰 질문을 한다고 해요. 이러다가 저도 모르는 전지현이 만들어지는 건 아닌지, 저 자신을 잃는 건 아닌지, 거기서 중심을 잃지 말아야 하는데 하고 생각해요.

박신양 잃으면 어때? 원하는 대로 대답을 해 줘야 산업이 굴러가지. 안 그러면 여러 사람 일자리 잃어. 내가 너무 정확하게 이야기했나?(웃음) 어딜 가나 오해와 이해 중간쯤에 있을 수밖에 없어요. 나는 그런 걸로 직업적 회의를 갖지는 않습니다. 그런 것도 재미있어요. 기자들은 이해 못할 겁니다. 마치 아이를 직접 낳아 봐야 그 느낌을 알 수 있는 것처럼요. (4개월 된 딸 사진을 꺼내 보이며 입이 귀에 걸린다)

전지현 스크린에 보이는 배우 전지현이 나라고 생각해요. 다른 곳이 아닌 스크린에서만 보이는 배우가 힘 있는 배우지요.

기자1 평소 박신양은 정신적 인간, 전지현은 육체적 인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느낌이 거꾸로인 것 같네요.

박신양 하하하, 살이 좀 쪘어요. 그런데 육체적 인간이란 어떤 스타일인지요, 재미있네요.

기자2 이번 영화의 최대 수확이라면?

전지현 자신감이 생겼어요. 처음엔 촬영장 가는 게 두려웠어요. 상상 속에서 정연이란 여자의 심리를 표현하기가 힘들었는데, 그 여자를 매일 생각하면서 그 여자가 내면이 강한 여자라는 걸 알게 됐지요. 흥행에 상관 없이, 이 자신감은 또 다른 배역에 근접하는 큰 훈련이 된 것 같아요.

변하는 게 그녀의 매력

기자 1 전지현의 매력은 뭘까요?

박신양 잘 모르겠어요. 같이 두 세 작품 더 해 보면 알 것 같은데…. 변하는 게 매력이라고 봐요. 다음엔 어떻게 변할까 궁금하게 만들지요. 사람들은 지현이가 동시대 젊은이들의 트렌드를 '포인트'처럼 표현해서 좋아하는 것 아닐까요.

기자2 그럼 박신양의 매력은?

전지현 (박신양의 말투를 흉내내며) 잘 모르겠어요.(웃음) 그런데 영화에서 손수 인테리어한 소파는 왜 선물로 안 주시나요? 너무 예쁘다고 했는데.

박신양 스태프들이 소파를 옮기는 과정에서 찢어졌다고 들었어.

전지현 그럼 새로 만들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박신양 나는 디자인만 해, 하하하.

/박은주기자 jupe@hk.co.kr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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