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다시한번 생각해보세요/자살 기도했던 이가 벼랑 끝에 선 이들에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다시한번 생각해보세요/자살 기도했던 이가 벼랑 끝에 선 이들에게

입력
2003.07.28 00:00
0 0

"아이 셋을 왜 같이 떨어뜨려 죽였느냐고, 죽으려면 저만 죽지, 애들이 무슨 죄가 있느냐고, 사람들이 자살한 엄마를 욕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 심정을 압니다. 그 엄마는 아마도 이런 생각이었을 것입니다. '벼랑 끝에 매달려 있다, 어느 한 사람도 나를 구할 수 없다, 아이까지 죽여주는 것이 이 위태로운 곳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죽음을 결심했을 때, 저는 드디어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습니다. 병석에 누운 시어머니를 절에 모셔다 놓고, 남편이 없는 틈을 타, 문을 꼭 걸어잠갔습니다. 농약을 사다가 설탕과 섞어 두살배기 아이 입에 부으려는 순간, 아이는 '먹기 싫어, 냄새가 고약해서 못 먹겠어'라며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아무런 유서도 없이 저는 아이 몫까지 살충제를 들이마셨습니다.일주일만에 깨어났을 때 저는 치가 떨렸습니다. 왜 나를 살렸느냐고 원망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처음으로 새로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저를 너무도 고생시켰던 시어머니가 저를 안타깝게 바라보며 맨손으로 험한 병구완을 하는 것을 보고, 저는 처음으로 '어머니가 나를 사랑하는구나, 나를 아끼는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구나'라고 깨달았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죽음이 구원으로 다가오는 심정을 저는 이해합니다. 만약 이 세상에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고 죽을 수 있다면 그 길을 택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십시오. 당신을 사랑하는 누군가가 꼭 한명은 있습니다. 당신은 분명 사랑 받을 만한 사람입니다. 그를 떠나버린다면 당신은 누군가의 가슴에 영원히 못을 박는 것입니다. 당신이 인생을 포기할지언정, 생은 당신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7월 월간문학에 동화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닭서리'로 등단한 작가 최도선(45)씨는 최근 주부, 초등학생, 군인 등의 잇따른 자살을 보면서 꺼내기 힘든 경험담을 27일 기자에게 이야기했다. 동양화 전시회도 수차례 가졌고, 동화작가로 새출발하는 최씨는 "할 일이 너무 많아 이제는 100살까지라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일어난 자살사건들은 생활고, 자신을 학대하는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 등이 원인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막연히 죽고싶다는 생각과 자살을 실행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실제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 대부분 정신적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조맹제 교수는 "생활고 등 어려움이 닥쳤을 때 이를 더욱 심각하게 보는 정신적 문제가 자살을 하게끔 만든다"며 "통계적으로 자살자의 50%가 우울증 등 기분장애, 20%가 알코올·약물 중독, 10%가 정신분열병을 앓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한다.

성격 유형을 보면 자신에게 엄격하고 실수를 두려워하는 완벽주의자, 충동적이고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유형, 남의 비난에 과민한 유형 등이 자살 위험이 높다.

때문에 주변사람들은 자살 징후를 보이는 이들을 가능한 한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도록 해야 한다. 일단은 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허튼 생각 말고 열심히 살아라"는 식의 충고는 죽음으로 내모는 위험한 반응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대신 "왜 죽으려 하느냐, 어떻게 죽으려 했느냐"고 찬찬히 물어 억눌린 속마음을 표출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