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중앙방송 CCTV가 변하고 있다.우선 프로그램 제작에 '제작자 책임 제도'를 도입했다. 과거의 책임 프로듀서 제도를 강화해 제작자가 프로그램의 질은 물론, 광고 수주 등 경영 관련 문제까지 책임지도록 한 것이다. 당연히 이윤 창출을 많이 하면 제작자의 수입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CCTV의 총 13개 채널 중 가장 권위 있는 1채널을 개편한 것도 눈에 띈다. 1채널은 저녁 황금 시간대에 매일 110분 가량을 할애해 인기 드라마를 연속 2회분 방영한다.
또 저녁 뉴스와 인기 프로인 '초점방담(焦点訪談)'을 본 시청자들이 다른 곳으로 채널을 돌리는 것을 막기 위해 드라마를 기존보다 10분 앞당겨 저녁 7시55분에 내보낸다.
그러나 CCTV를 가장 떠들썩하게 만든 것은 '모웨이 타오타이(末位淘汰·꼴찌 도태)' 제도다. 채널별로 시청률, 광고 수주액, 제작 원가, 사회·문화적 기여도 등을 따져 최하위 평가를 받은 프로그램은 방송이 중단되고, 제작자는 2년 동안 새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할 수 없다. 또 꼴찌에서 두 번째 프로도 경고를 받고 향후 6개월간 나아지지 않으면 바로 도태시킨다. 이 제도에 따라 이미 지난해에 10개 프로그램이 브라운관에서 사라졌다.
물론 반발도 있다. 시청률에만 급급한 저질 프로를 양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CCTV측은 "사회 기여도도 도태 결정의 주요 요건"이라면서 독서정보 프로 '독서시간(讀書時間)'의 건재를 예로 든다.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도태 제도는 계속 시행될 전망이다. 국영방송 CCTV 내에 존재하던 '철밥통'이 사라지고 것이다.
'꼴찌 도태'란 말은 요즘 중국 사회 곳곳에 퍼지고 있다. 베이징(北京)대는 실적이 저조한 교원과 연구소를 도태시키는 개혁안을 내놓았고, 쿤밍(昆明)시 정부는 민원 서비스에서 가장 성적이 낮은 공무원을 도태시키기로 했다.
국유기업 수도강철(首都鋼鐵)도 직급별로 생산 및 관리에서 최하위 성적을 보인 간부들을 도태시켰고, 심지어 톈진(天津)의 한 마을 농촌지도소도 경제성 낮은 농작물에 대해 '꼴찌 도태 제도'를 적용한다고 선언했다.
실적 있는 자에게는 영광을, 경쟁에서 밀린 자에게는 도태라는 아픔을 주는 중국. 자본주의를 표방하는 나라들보다 더 철저하게 '자본주의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재민·중국 베이징대 박사과정
(중국 매체 및 문화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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