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가에 주름살이 하나 둘 생겨날 때 우리는 가슴이 씁쓸하면서도, 내 인생의 관록을 드러내고 나의 미소가 강조되고 있다며 위안한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사정없이 피부가 늘어지고 주름살이 패이기 시작하면? 늙어간다는 사실에 바짝 긴장하며, 우리는 항노화를 위한 비상조치에 돌입한다. 항노화 화장품을 사다 잔뜩 바르며, 주름이 더 이상 깊어지지 않도록 웃을 때도 조심스레 눈에 힘을 준다. 피부노화. 그건 충만한 인생의 훈장이 아니라, 더 이상 확산되어선 안되는 기분 나쁜 전염병 같은 것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스스로 미모라고 생각했던 여성에게 인생 내리막길의 표상 같은 주름살은 확실히 신경 쓰이는 일일 것이다.여자에게 피부 노화가 빨리 오는 이유
여성의 피부는 남성보다 빨리 노화한다. 종로에스앤유 피부과 여운철 원장은 "여성의 피부가 남성의 피부보다 모든 연령층에서 얇다"면서 "남성은 여성보다 피부가 두껍기 때문에 주름 발생이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남성의 피부는 여성에 비해 약 24% 정도 두꺼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부는 표피 진피 피하지방으로 나뉘는데, 남성은 여성보다 표피층이 두꺼워 똑같은 양의 자외선에 노출될 때 여성에 비해 자외선에 의한 피부노화의 영향을 덜 받는다. 테마피부과 임이석 원장은 "더욱 더 중요한 것은 진피층"이라면서 "진피층은 주로 콜라겐 섬유와 엘라스틴 섬유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진피층의 섬유 조직이 부족해지면 피부가 처지고 주름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여성은 남성보다 진피층의 콜라겐 함량이 25%정도 적어, 남성보다 살이 빨리 처지고 주름살도 빨리 발생한다는 것.
여원장은 "특히 50세 이후 폐경 여성은 체내 에스트로겐 호르몬 분비가 줄어들면서, 콜라겐 함량이 급격히 감소, 피부 두께도 얇아진다"고 말했다. 여성은 난소기능이 약화되면서 피지분비가 많이 떨어져, 피부탄력이 감소하고 주름살이 많이 늘어나게 된다는 것. 특히 70세 이후 여성의 피부는 확연히 얇아진다. 피지분비가 적으면 피부가 건조하고 각종 외부 환경에 방어력이 떨어져 노화가 촉진된다.
피부 노화를 일으키는 원인
일부 피부과 의사들은 피부의 남녀차이에 대해 반박하다.경상의대 피부과 오지원 교수는 "근본적으로 남성이나 여성이나 피부 노화에 대해서 뚜렷한 차이는 없다"면서 "성별보다는 개인간의 차이가 더 클 것"이라고 주장한다. 주름의 경우는 개인 체질이나 습관, 자외선 노출 같은 환경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
태양광선에 포함된 자외선은 피부과 의사들이 꼽는 피부노화의 제 1원인이다. 자외선에 오랫동안 노출된 피부엔 주름이 더 많이 더 굵게 발생한다. 특히 여성은 남성보다 피부색이 옅어서 자외선이 피부에 더 잘 침투하는 데다, 색이 옅은 피부는 자외선에 대한 방어가 약해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정에서 기미 잡티 주근깨 같은 과색소 질환이 생기기 쉽다는 것이다.
유전적인 요소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인은 서양인에 비하여 굵은 주름이 잘 생기고, 대신 서양인은 이마와 뺨의 잔주름이 많이 발생한다. 임원장은 "얼굴에 존재하는 근육의 분포와 움직임이 주름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항상 찡그린다던지 웃는다던지 하면 표정대로 주름이 생긴다"고 말했다. 흡연도 피부노화에 영향을 미친다. 화장품을 일생 사용하는 것도 여성피부에 나쁜 영향을 준다. 여원장은 "화장품은 화학물질이므로 아무리 피부자극이 적은 것을 사용해도 장기간 사용하면 피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며, 기미가 여성에서 남성보다 월등히 많이 발생하는 이유도 화장품 사용습관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피부 노화 어디에서부터 시작하나
자연적인 노화는 국소적으로 어느 한 부분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전신이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 우리 몸의 어느 부분이 빨리 노화한다는 말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그러나 햇빛에 많이 노출된 피부일수록 노화가 촉진될 수 있다. 임원장은 "일반적으로 이십대 중반 눈 주위부터 주름이 생기기 시작, 미간 이마 목 순으로 주름이 발생하지만 이것은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다른 경우도 많이 있다"면서 "여성들은 목 부위에 주름이 잘 온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목의 피부는 진피층이 매우 얇고 목의 근육이 피부 바로 아래 존재하여 주름이 쉽게 발생할 수 있다. 목 주위는 보톡스 치료 등 주름완화 치료도 하기 어려운 부위이다.
혈관확장이나 색소질환도 피부노화 증세
피부는 노화하면서 피부색도 달라지게 만든다. 여원장은 "젊은 여성은 보통 한달 주기로 표피세포를 교체하는데 나이 든 피부에서는 이 대사과정이 두 달 주기로 느려지면서, 표피의 밑바닥층을 이루는 멜라닌 세포와 접촉하는 시간이 길어져 자연 멜라닌 색소를 많이 전달받게 돼 여러 색소 질환의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잡티 검버섯 주근깨 등 색소침착질환이 잘 생기게 되는 것이다. 특히 여성에서는 잡티가 많이 발생하고 남성에서는 검버섯의 발생빈도가 높다.
나이가 들면 상처 치유 능력이 감소, 멍(노인성 자반증)도 쉽게 들고, 모세혈관도 점점 확장돼 얼굴이 붉어진다. 피부가 노화하면 면역력도 감소해 진균 감염, 바이러스 감염 등도 증가한다.
피부 노화 막으려면
싱싱한 피부를 유지하는 비결은 과도한 햇빛을 피하는 것이다. 20∼30대에 햇볕에 심하게 그을린 피부는 당장은 몰라도 이미 손상됐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외출할 때에는 반드시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도록 한다. 특히 자외선이 강한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가급적 외출을 피한다. 유리를 통해 태양광이 들어오는 실내, 그늘 등에서는 적외선(열선)이 많이 차단돼 덥지 않게 느껴지지만, 상당량의 자외선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항산화제 사용은 아직 의학적으로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피부노화 예방을 위해 의사들도 권하는 방법들이다. 화장품 시장에 다양한 제품으로 선보이고 있는 알파하이드록시산(AHA)은 표피세포가 쉽게 제거되고 새로운 세포가 표면에 나올 수 있도록 만들며 피부에 수분을 증가시켜 탄력을 느끼게 하고 콜라겐층의 회복을 도와 피부두께를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피부노화 예방의 효과가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피부노화치료제로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FDA에서 피부노화 치료제로 공인받고 있는 것은 레틴 A다. 비타민 A의 한 형태인 레티놀 산에서 유도된 제품인 레틴 A는 강력한 항산화제로 진피층에 콜라겐 생성을 유도,피부가 탄력을 되찾고 주름을 펴지게 한다. 이외에도 비타민 C와 E, 녹차 추출물인 폴리페놀 등도 손상된 피부를 회복시키고 노화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피부노화예방을 위해선 금연도 필수적이다. 레이저나 화학약품을 이용한 박피, 스케일링 등의 치료로 피부 노화의 예방과 치료를 위한 방법이다. 그러나 여원장은 "적당한 자극은 피부에 좋은 영향을 주지만 조그만 자극에도 염증을 일으키는 예민한 피부환자에게는 스케일링은 좋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yjsong@hk.co.kr
● 피부관리 3유형
진료를 하다보면, 피부과를 찾는 환자 유형이 자연스럽게 구분된다. 첫 번째 유형은 자유방임형. 문자 그대로 피부가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는 타입으로 시간에 쫓기는 직장인이나 살림에 파묻혀 자신을 돌볼 여유가 없는 가정주부들이 많다. 이들은 피부과 치료는 겨울이 적기다, 피부 트러블은 컨디션만 회복되면 개선된다는 등 핑계를 대며 치료를 미룬다. 이들의 공통점은 치료 시기를 놓친 후 치료가 힘들 정도로 피부트러블이 악화돼서야 병원을 찾는다는 것.
두 번째는 피부몸살형. 지나치게 피부관리에 신경을 쓰는 타입으로, 피부에 좋다고 하는 각종 화장품, 세안제, 피부관리법 등에 대한 정보획득에 능하다. 피부 관리법을 실습 및 연구하는데 심지어는 화장품을 만들어 쓸 정도. 이런 실험정신은 결국 외부자극에 취약한 피부에 알레르기성 피부염이나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키고 만다.
세 번째는 외모중심형. 피부 자체의 건강보다 아름다워 보이기 위한 치장에 몰입한다. 하루 종일 두꺼운 화장으로 피부를 쉴 틈 없이 혹사시키는가 하면, 깔끔한 이미지 관리를 위해 하루가 멀다하고 팔, 다리, 겨드랑이 등의 털을 싹 밀어낸다. 두꺼운 화장은 피지와 노폐물의 배출 및 모공을 막아 성인 여드름을 발생시키는 주요 원인. 또 제모를 위한 잦은 면도는 모낭에 염증을 일으키거나 홍반 등 부작용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나는 이런 환자들에게 늘 같은 처방을 내린다. 진정으로 피부미인이 되고 싶다면 항상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노페물이 모공을 막지 않도록 세안에 신경을 쓰며, 즐거운 마음을 가지라고 권한다.
임 이 석 테마피부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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