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와 최병렬 대표가 27일 이 전 총재의 옥인동 자택에서 오찬을 함께 했다. 이 전 총재가 빙모상을 당해 귀국한지 12일만이다. 평소 관계로만 보면 진작 이뤄졌어야 할 두 사람의 대좌가 이처럼 늦어진 것은 이 전 총재의 총선지원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 때문이었다.이 전 총재측은 최 대표가 "이 전 총재에 대한 전국구 배려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못박자 "언제는 삼고초려해서라도 총선 때 도움을 받겠다더니 가만히 있는 사람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한 측근은 "대표경선에서 삼고초려론으로 재미를 본 최 대표가 이제 와서 이를 거둬들이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최 대표측은 "과민반응"이라며 "혹시 이 전 총재가 정치에 미련을 두고 있는 것 아니냐"고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때문에 1시간15분 동안 이어진 이날 오찬에서 이 문제가 주요 화제가 된 것은 당연했다. 최 대표는 "내년 총선승리를 위해 당력을 모아야 한다는 뜻에서 한 얘기"라며 삼고초려론의 취지를 설명했고, 이 전 총재는 별다른 언급 없이 웃기만 했다고 최 대표가 박진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또 언론이 보는 것처럼 이 전 총재가 최 대표측에 대해 서운한 마음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고 한다. 박 대변인은 "이 전 총재가 '어려운 시기에 대표를 맡았으니 열심히 잘해달라'고 최 대표를 격려했다"고 전했다.
이날 회동으로 두 사람의 불화설은 일단 잠복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전 총재의 연내 영구귀국이 유력한 상황에서 그의 역할에 대한 양측의 논란과 갈등은 정계복귀설과 맞물려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이날 최 대표측이 "이 전 총재에게 도움을 청하러 간 게 아니다"며 선을 그은 것도 하나의 불씨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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